한국거래소가 시장경보 종목에 일괄적으로 적용해온 위탁증거금 100% 징수 의무를 일부 없애는 방향으로 규정 손질에 나서면서, 주식시장 과열 종목에 대한 거래 제한 방식이 보다 탄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한국거래소 법무포털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의 관련 업무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핵심은 시장경보 종목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수준의 위탁증거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데 있다. 위탁증거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증권사에 맡기는 일종의 거래 보증금으로, 과도한 빚투나 미수거래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경보가 붙은 종목에 대해 사실상 매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내도록 하는 규제가 폭넓게 적용돼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가증권시장 규정 제89조제5항이다. 기존에는 투자경고종목, 투자위험종목, 투자유의종목이 위탁증거금 100% 징수 대상에 포함됐는데, 앞으로는 이 가운데 투자경고종목과 투자위험종목을 제외하기로 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투자경고종목과 투자위험종목에 대해 매수주문을 받을 때 매수대금 전액을 위탁증거금으로 징수하도록 한 제42조제9항을 삭제할 예정이고, 코넥스시장도 같은 취지로 제61조제9항 삭제를 예고했다. 시장별로 문구는 다르지만, 경보 종목에 대한 일률적 현금 100%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라는 점은 같다.
거래소는 이번 조정의 배경으로 시장경보제도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 자본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점을 들었다. 다시 말해, 가격 급등이나 이상 거래가 나타난 종목을 관리하되 투자자 거래를 지나치게 묶는 방식은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거래소는 또 이 사안에 대해 리스크관리부 심사와 시장감시본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라기보다 시장 감시 체계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는 덜어내려는 조정으로 볼 수 있다.
거래소는 이달 30일까지 시장 의견을 받은 뒤 다음 달부터 개정 규정을 시행할 계획이다. 실제 시행에 들어가면 경보 종목 투자자의 자금 부담은 일부 낮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 판단 책임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경보 종목은 기본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거나 투기적 거래가 몰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자본시장 규제를 일괄 통제에서 위험도에 따른 정밀 관리 방식으로 옮겨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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