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어려워지고, 중동 지정학적 불안은 국제 유가를 끌어올려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진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 33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5.98포인트(0.19%) 내린 49,608.49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22포인트(0.37%) 하락한 7,385.62, 나스닥 종합지수는 173.05포인트(0.66%) 내린 26,101.08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와 헬스케어가 상대적으로 강했고, 기술주와 산업재는 약세를 보였다. 최근 시장은 인공지능 관련 대형 기술주가 지수를 끌어올려 왔는데, 금리 부담이 다시 부각되자 성장주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 지표는 시장 기대보다 다소 뜨거웠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월보다 0.6% 올랐다. 3월의 0.9%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8%로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았고, 3월의 3.3%와 시장 예상치 3.7%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각각 3월 수치와 시장 전망을 모두 상회했다.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보는 근원물가까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만큼, 연준이 금리를 오래 높은 수준에 둘 가능성이 다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정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놓은 종전안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이란과의 휴전 상태에 대해서도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 씨엔엔(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 주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전투 재개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정학적 충돌이 재확대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수 있는데, 실제로 같은 시각 2026년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22% 오른 배럴당 101.23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밀어 올려 향후 소비자물가에 다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읽힌다.
개별 종목도 실적 전망 부진에 크게 흔들렸다. 원격의료업체 힘앤허스 헬스는 2분기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가이던스를 3천500만~5천500만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 7천만달러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가 13% 이상 급락했다. 웹툰 엔터테인먼트도 2분기 매출 전망치를 3억3천200만~3억4천200만달러로, 조정 EBITDA 전망치를 0~500만달러로 제시해 각각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12% 넘게 하락했다. 암호화폐 채굴업체 마라홀딩스도 1분기 주당 순손실이 3.31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51달러 손실보다 나쁘게 나오며 6% 이상 내렸다. 유럽 증시 역시 동반 약세를 보여 유로스톡스50 지수는 1.07%, 독일 닥스(DAX) 지수는 1.07%, 프랑스 까끄40(CAC40) 지수는 0.74%, 영국 풋시100(FTSE100) 지수는 0.42% 각각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물가의 둔화 속도와 중동 정세, 국제 유가의 방향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당분간 글로벌 증시는 금리와 지정학이라는 두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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