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월가에서는 미국 뉴욕증시의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을 떠받치는 핵심 근거는 불확실성 자체가 아니라,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견조하게 나온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 미국주식전략가 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끄는 시장전략팀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향후 12개월 안에 8,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전날 종가보다 12% 높은 수준이다. 윌슨은 올해 말 목표치도 기존 7,800에서 8,000으로 올려 잡았다. 증권가가 목표치를 높인 것은 단순한 기대감보다는 실적 개선이 실제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미국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편입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애초 월가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증가율이 약 1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지정학적 위험,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우려, 인공지능(AI)의 산업 재편 충격 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의 회복력이 강세론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분기 이익 증가가 일부 거대 기술기업에 집중되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업종으로도 이익 성장과 주도권이 넓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낙관론은 다른 투자기관에서도 확인된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최고투자전략가도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올해 말 S&P 500 지수 전망치를 7,700에서 8,250으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을 이끌어온 하이퍼스케일러, 즉 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주가도 아직 과도하게 비싸지 않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이는 최근 증시 상승이 단순히 테마에 기댄 과열이 아니라,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기업 수익성 개선이라는 구조적 변화 위에 올라서 있다는 해석과 맞닿아 있다.
다만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인공지능 붐을 타고 이어진 뉴욕증시 강세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나스닥 지수의 밸류에이션, 즉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게 평가됐는지를 보여주는 수준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시장이 급락세로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지금의 증시는 강한 실적과 인공지능 기대가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지만, 높은 주가 부담과 외부 충격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빅테크 밖으로 실제 확산되는지, 또 중동 정세와 에너지 가격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