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급등과 급락이 짧은 시간 안에 반복되면서, 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한 안전장치가 이례적으로 자주 작동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올해 사이드카가 20차례 발동돼 한국거래소가 현행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전체 발동 건수의 4분의 1을 이미 차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0회다. 2002년 이후 코스피 시장 전체 사이드카 발동 건수 80회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올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컸던 2008년 연간 기록 26회에 바짝 다가섰다. 아직 상반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월별로는 2월 3회, 3월 7회, 4월 3회, 5월 6회였고 6월에도 1일 한 차례 추가로 발동됐다. 이로써 코스피 시장에서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사이드카가 나온 셈이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일종의 냉각장치다.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 이상 이어지면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이 5분 동안 정지된다. 유가증권시장에는 1996년 11월 25일, 코스닥시장에는 2001년 3월 5일부터 도입됐고, 지금과 같은 ‘기준가 대비 5% 이상 변동 및 1분 지속’ 기준은 2001년 5월 이후 적용되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발동 사례를 보면 매수 사이드카가 11회, 매도 사이드카가 9회로 집계됐다. 이는 한쪽 방향의 급락만이 아니라 급등 과정에서도 시장이 불안정했다는 뜻이다.
변동성 확대는 더 강한 조치인 서킷브레이커에서도 확인된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전일보다 8%, 15%, 2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단계적으로 20분 동안, 또는 장 마감 때까지 시장 전체 거래를 멈추는 제도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해 두 차례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미국·이란 전쟁 초반 충격으로 코스피가 3월 4일 역대 최대 하락률인 -12.06%를 기록했고, 같은 달 9일에도 다시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같은 달에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올해 사이드카가 11차례 발동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9회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에서는 매수 8회, 매도 3회였고, 서킷브레이커도 3월 4일 한 차례 발동됐다.
개별 종목 단위의 과열 신호도 뚜렷하다. 변동성완화장치(VI)는 주가가 짧은 시간에 급변할 때 해당 종목 매매를 2분간 단일가 방식으로 바꿔 속도를 늦추는 장치인데, 올해 6월 초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발동 건수가 이미 5만8천786건에 이르렀다. 이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만1천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2020년 월평균 7천553건보다도 1.5배가량 많고, 지난해 월평균 5천433건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더 크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 중심의 지수 급등, 특정 업종과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변화 같은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하루 중 가격 등락폭이 커졌다고 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분 단위 주가와 수급 변화가 지수 전체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대내외 변수에 따라 시장의 일중 변동성이 크게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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