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사실상 막아두었던 중복상장에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하면서, 자회사를 따로 증시에 올리려는 기업은 앞으로 강화된 주주보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준이 실제 사례로 확인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는 덕산하이메탈의 자회사 덕산넵코어스와 다산네트웍스의 자회사 디티에스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덕산넵코어스는 방산·우주항공 부품을 개발하는 회사이고, 디티에스는 일반 목적용 기계를 만드는 기업이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곧바로 상장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 6일 발표한 ‘중복상장 원칙 금지, 예외 허용’ 방침이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증시에 상장돼 있는 구조를 말하는데, 그동안에는 물적분할 뒤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모회사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영업독립성과 경영독립성을 갖췄는지, 그리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는지를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핵심 장치는 이른바 ‘3%룰’ 방식의 주주 동의 절차다. 이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한 뒤, 참석 주주의 과반 동의와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함께 확보하도록 한 제도다. 덕산하이메탈은 5월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덕산넵코어스 상장 안건을 가결했고,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은 72.8%,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기준 찬성률은 92.7%였다. 다산네트웍스도 지난 6월 1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디티에스 상장 안건을 특별결의로 통과시켰으며,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은 46.5%, 의결권 행사 주식 기준 찬성률은 90.3%로 집계됐다.
제도 변화의 또 다른 축은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 강화다. 금융위는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에 바탕을 둔 여러 의무를 부과했고, 여기에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단계별 공시, 필요시 주주총회를 통한 명시적 동의 확인이 포함된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전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덕산하이메탈은 5월 13일 이사회에서 자회사 코스닥 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 영향평가를 심의했고, 영업독립성과 경영독립성을 충족하며 일반주주 권익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공시했다.
결국 이번 사례는 자회사 상장을 전면 차단하기보다, 주주 동의와 이사회 책임을 대폭 강화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시장에서 본격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으로 다른 상장사들도 자회사 기업공개를 검토할 수 있지만,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중복상장 심사에서 주주 권익 보호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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