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증시는 전 거래일의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정세 완화로 국제 유가와 금리, 환율이 다소 진정된 데다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인공지능 협력 계획을 내놓으면서,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불안 심리가 얼마나 누그러질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24일 코스피는 국제 유가 급등 충격을 정면으로 맞으며 6,690.62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7,000.78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고, 장중 한때 6,650.41까지 밀리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이 4거래일 연속 순매수 흐름을 멈추고 3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기관도 2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브렌트유와 90달러를 웃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을 동시에 자극하는 악재로 받아들여졌고, 그 여파가 한국 증시 전반으로 번졌다.
특히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는 7.59% 내린 25만원 아래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8.34% 떨어진 175만9천원에 장을 마쳤다. 이번 조정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함께 하락했고,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3% 내리는 등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알파벳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여파로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밝힌 점은, 시장이 그동안 낙관적으로 봤던 인공지능 투자 수익성에 다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비용을 언제, 어떻게 이익으로 돌려받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걱정이 커진 것이다.
다만 주말 사이에는 분위기를 바꿀 만한 재료도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삼성, SK, 현대차그룹, 네이버와 엔비디아, 오픈AI, 브로드컴, 앤트로픽 등 한미 주요 기업들이 모두 9천500억달러, 우리 돈 약 1천39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 투자와 공급망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SK그룹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공장 구축과 차세대 인공지능 메모리 공급을 포괄하는 5천억달러, 약 731조5천억원 규모의 협력 추진 방침을 내놨다. 증권가에서는 개별 계약의 실제 집행 시기와 법적 구속력은 따져봐야 한다고 보면서도, 최근 시장에 퍼졌던 '인공지능 자본지출이 정점을 찍고 수요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에는 적지 않은 반박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시장 환경도 지난주보다 다소 나아졌다. 외신에 따르면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이 공습을 멈추면서 중동 긴장이 한층 완화됐고, 이에 따라 WTI는 다시 80달러대로 내려왔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4.6%대로 낮아졌고 원/달러 환율은 1,458.50원으로 하락했다. 금리와 환율, 유가가 함께 진정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줄고 성장주에 대한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29일 SK하이닉스, 30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기업 실적 발표와 함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까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은 여전히 클 수 있다. 다만 최근 낙폭이 컸던 만큼 실적과 인공지능 수요 전망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확인되면 코스피는 기술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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