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가 7일 이틀째 급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다시 크게 흔들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4.88% 내린 142만2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154만2천원까지 오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선 뒤 한때 140만9천원까지 밀렸다. 전날 10.37% 급락한 데 이어 또다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0.22% 오른 23만1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개장 직후 1.95% 오른 데 이어 장중 23만9천500원까지 상승했다가 대부분의 오름폭을 반납해, 시장 전반의 불안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간밤 미국 증시는 주요 지수가 소폭 하락했지만, 반도체 업종은 장중 충격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0.18%, 나스닥 종합지수는 0.06% 내렸다. 개별 종목으로는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이 실적 발표 뒤 크게 떨어졌지만, 마이크론은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조한데도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알파벳의 25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이 반도체 관련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더해지면서, 장 초반 2.5% 넘게 밀렸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결국 0.33% 상승으로 거래를 끝냈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주는 미국 시장의 분위기를 온전히 따라가지 못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40%, 10.37% 급락한 뒤 반대매매 물량이 일부 유입됐지만, 실제 장중에는 손절매와 차익실현 매물이 더 많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기대가 약해졌다는 인식,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 그리고 간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가 4.97% 하락한 점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들은 실적 자체보다 향후 자금 운용과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재료로 받아들여진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두드러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천625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천670억원, 5천790억원을 순매수했다. 전기·전자 업종으로 범위를 좁혀도 외국인은 7천9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4천862억원, 3천81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1∼3위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천876억원, 삼성전자우를 794억원, SK하이닉스를 69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결국 이날 주가 흐름은 기업별 재료 못지않게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반도체 대형주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배경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국내 반도체주가 실적 기대와 차익실현 압력 사이에서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반도체 업황과 인공지능 투자 확대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지만,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지 않으면 국내 주가는 실제 펀더멘털보다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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