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가주와 저시가총액 상장사에 대한 퇴출 기준을 강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심사가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가 1천원 미만으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낸 상장사는 코스닥 38곳, 코스피 10곳이다. 이들 가운데 43곳은 지난 5일 한꺼번에 관련 공시를 냈고, 6일과 7일에도 각각 3곳, 2곳이 추가됐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25거래일 연속으로 주가 1천원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1일부터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이면 다음 거래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25거래일째에는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우려 공시를 내야 하는데, 지난 5일이 이번 제도 시행 이후 첫 대규모 공시 시점이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까지도 주가가 1천원을 회복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다음 날인 13일부터 관리종목으로 묶이는 사례가 대거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 번 관리종목이 되면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으로 주가 1천원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진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주가가 1천원 아래인 상장사는 코스닥 131개, 코스피 32개로 집계됐다. 지금 우려 공시 대상이 아닌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잠재적인 위험군이 훨씬 넓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기준 강화도 같은 흐름을 만들고 있다. 정부와 거래소는 국내 증시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상장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기존 시가총액 미달 기준을 코스피는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렸다. 지난 7월 1일 이후 이 기준에 걸려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낸 상장사는 코스닥 44곳, 코스피 12곳으로 모두 56곳이며, 이 가운데 28곳은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 뒤에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으로 시가총액이 기준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지난 7일 현재 시가총액 기준 미달 기업은 코스피 41개, 코스닥 194개로, 코스닥은 전체 1천820개 상장사 가운데 10.6%를 차지했다.
상장사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여러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행 가능한 선택지는 많지 않다. 코스피의 주연테크와 아센디오는 유상증자에 나섰고, SH에너지화학은 임원의 자사주 매입을 택했다. 코스닥에서는 세진티에스, 육일씨엔에쓰, 케이엠제약 등이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통상 이런 조치는 주가를 떠받치거나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소형 상장사의 경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인수·합병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액면병합 역시 형식적으로 주가를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기업의 본질적 가치 개선과는 다를 수 있어 근본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몇몇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수준을 넘어, 국내 증시 전반에서 상장 유지 문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적과 자금력이 약한 소형사들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코스닥 시장의 구조조정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며, 결국 기업들이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보다 수익성 개선과 사업 재편 같은 근본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