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하반기 대미 전략투자 자금을 서울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조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 달러(약 28조3400억원)지만 올해 실제 집행액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주요 관계자는 11일 연합인포맥스에 “대미 투자 자금은 현물환시장에서 조달되지 않는다”며 “이미 보유한 외화보유액의 운용수익 범위에서 집행하는 것으로, 별도로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 집행이 새로운 달러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외환당국이 자금 조달 구조를 설명한 것이다.
대미 투자 집행을 담당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공사는 최근 대미 투자와 조선협력 투자, 자금 조성·운용 등을 맡을 일반직과 업무직 등 37명을 공개 채용했다.
공사 재무실장 등 관계자들은 10일 한국은행 국제국을 찾아 자금 조달과 집행에 관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미전략투자공사 관계자들과 협의를 하고 있으나 자금이 바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금 조달과 집행 등 나머지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첫 집행은 미국 측의 요청 여부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의 투자 요청이 있을 경우 올해 안에는 첫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 한도인 200억 달러까지 집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 규모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대미 투자 규모를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정했다.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나타나면 투자 시점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는 장치도 마련했다.
정부 정책브리핑은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연간 대미 투자 200억 달러의 최대 한도와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근거가 담겼다고 밝혔다. 공사는 투자사업을 관리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고 운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화보유액 운용수익을 활용하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거래를 줄일 수 있다. 현물환시장은 원화와 달러 등 통화를 현재 가격으로 사고파는 시장으로, 대규모 달러 매수는 통상 환율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사가 외화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공사의 외화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올해 대미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보다 적을 것”이라며 “환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화자산 운용수익 정도로 집행하기 때문에 올해 투자액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외환시장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 활용과 외화채권 발행이 현물환시장의 직접적인 달러 매수 수요를 줄이는 방안으로 검토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현물환시장 비조달 원칙이 유지되면 단기적인 수급 충격이 제한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현물환시장이나 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게 아니라면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인 자금 조달 여력과 채권 상환 부담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딜러는 “장기적으로도 계속 현물환시장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며 “공사가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방식도 결국 만기가 되면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전략투자공사와 한국은행은 자금 조달과 집행 방식에 관한 실무 협의를 이어간다. 실제 투자 규모와 시기는 미국 측의 투자 요청 이후 정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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