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체되면서 7년물 이상 장기 구간의 입찰 소화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외국인의 보유액은 늘었지만 전체 미 국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 약 50%에서 2026년 5월 3분의 1 미만으로 낮아졌다.
존 벨리스(John Velis) BNY멜론(BNY Mellon) 미국 전략헤드는 11일자 보고서에서 “코로나 이후 미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왔다”고 말했다. 미 국채 발행 잔액이 외국인의 보유액보다 빠르게 늘면서 해외 수요의 상대적 영향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 국제자본통계(TIC)에 따르면, 2026년 5월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액은 9조3711억 달러(약 1경3241조원)로 집계됐다. 절대 보유액만 보면 큰 규모지만 전체 발행 잔액과 비교한 비중은 하락했다.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에는 해외 중앙은행과 은행, 자산운용사 등 여러 투자 주체의 물량이 포함된다. 이들의 보유 비율이 낮아지면 신규 발행 물량을 국내 투자자와 다른 시장 참여자가 더 많이 흡수해야 한다.
벨리스 전략헤드는 단기 재정증권(T-bill)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실수요 기관투자자는 공급되는 만큼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증권은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미 국채다. 만기가 짧아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MMF 등 단기자금 운용 주체가 주요 수요 기반을 이룬다.
문제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다. 미 국채 이표채는 2년물과 3년물, 5년물, 7년물, 10년물, 20년물, 30년물 등으로 구성된다.
벨리스 전략헤드는 “수익률곡선의 중간 영역을 지나 7년물 또는 그 이상은 특히 그렇다”며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물보다 만기가 긴 국채에서 최종 수요자의 매수 강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 재무부는 이번 분기 차환에서 3년물 580억 달러(약 81조9540억원), 10년물 420억 달러(약 59조3460억원), 30년물 250억 달러(약 35조3250억원) 규모의 입찰을 진행한다. 시장은 10년물과 30년물 입찰 결과를 통해 장기채 수요를 점검하게 된다.
국채 입찰에서는 낙찰금리와 응찰 규모, 투자자별 배정 결과 등이 수요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재무부가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금리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BNY멜론은 지난주 공개된 분기 국채 발행 계획도 장기채 수급 논쟁을 키운 요인으로 꼽았다. 재무부가 향후 장기채 입찰 규모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방향으로 관련 문구를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말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공조 개입에 나선 점도 함께 거론됐다. 벨리스 전략헤드는 이를 계기로 미 재무부가 “만기가 더 긴 국채의 대규모 발행을 감내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앞서 미 재무부의 단기 국채 의존과 해외 중앙은행의 보유 축소가 차환 위험으로 거론된 흐름을 전했다. 당시 분석이 미국의 전반적인 차환 구조를 다뤘다면 이번 보고서는 7년물 이상 국채의 입찰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
미 국채 금리는 달러 조달 비용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해 주식과 디지털자산 등 위험자산의 금융 여건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다만 BNY멜론 보고서는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가격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BNY멜론은 이번 주 진행되는 10년물과 30년물 입찰에서 소화 불량의 징후가 나타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장기물 최종 수요의 강도는 해당 입찰 결과를 통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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