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돌아섰지만 옵션시장에서는 상승 베팅과 급락 방어 수요가 동시에 나타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연중 저점 부근에 머무는 가운데서도 깊은 외가격 풋옵션 수요는 최근 5년 중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CNBC는 12일 오후 10시59분(한국시간) 이 같은 옵션시장 흐름을 보도했다. 지수 표면의 안정과 달리 개별 종목에서는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이어졌고 S&P500과 나스닥100의 변동성 격차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고점에서 25% 조정받는 동안 반에크(VanEck) 반도체 ETF(SMH)의 풋옵션 수요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수 변동성은 낮았지만 업종 내부에서는 하락 위험을 피하려는 거래가 집중된 셈이다.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기초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다. 통상 가격 하락에 대비하거나 하락 방향에 투자할 때 활용되며, 시장이 불안해지면 보험료에 해당하는 옵션 프리미엄도 높아질 수 있다.
반도체주가 흔들리는 동안에도 VIX는 1분기 저점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S&P500의 매도세가 일시적인 변동에 그치면서 대형주 지수 전체의 예상 변동성에는 업종별 충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시장이 반등해 8월 들어 고점을 돌파하자 옵션 포지션은 상승 쪽으로 빠르게 기울었다. 나스닥 옵션시장에서는 최근 10년 중 손꼽히는 강세 포지셔닝이 나타났고 Cboe의 콜옵션 거래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Cboe가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S&P500 콜옵션 포지셔닝은 만기 1개월부터 1년까지 주요 구간에서 최근 1년 사이 가장 강세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한 달 안에 내가격으로 만기를 맞을 확률이 약 25%인 풋옵션과 콜옵션의 비율도 2024년 중반 이후 최저치로 낮아졌다.
콜옵션은 기초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가격 상승에 베팅하거나 상승 위험을 헤지할 때 쓰인다.
맨디 쉬(Mandy Xu) Cboe 글로벌마켓 파생상품 시장정보 책임자는 “사람들은 지난 몇 주간 실적 발표 이후 이 정도로 가파른 랠리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숏 스퀴즈가 있었고, 그래서 상승 쪽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숏 스퀴즈는 가격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포지션을 되사면서 상승 폭이 커지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 상승에 대비하려는 콜옵션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하락 방어 수요가 줄어든 것과 달리 충격이 큰 급락에 대비하는 거래는 남아 있었다. 10델타 풋옵션과 25델타 풋옵션의 비율은 최근 5년 중 66번째 백분위에 위치했다.
10델타 풋옵션은 내가격으로 만기를 맞을 확률이 대략 10%인 깊은 외가격 옵션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손실 규모가 큰 급락에 대비하는 ‘꼬리위험 헤지’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쉬 책임자는 “일반적인 포트폴리오 헤지는 매도됐지만 매우 먼 외가격 급락 방어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하락을 우려하는 신호를 찾으려면 꼬리위험 헤지를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형주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더 빠르게 낮아졌다. 러셀2000은 올해 들어 20% 상승해 S&P500과 나스닥100의 상승률을 앞섰고, 지난주 변동성은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내려 17 아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두 번째 백분위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다.
보호적 풋옵션에는 프리미엄 비용이 들며, 변동성이 커지면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확보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S&P500의 최고치와 낮은 VIX는 지수 전반의 안정을 보여주지만, 반도체 ETF의 기록적인 풋옵션 수요와 66번째 백분위에 오른 꼬리위험 헤지는 시장 내부의 경계감이 남아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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