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요건 강화 이후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와 시가총액 기준 미달 종목이 잇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종목 수가 39개로 늘었다. 첫 관리종목 공시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한국거래소 공시와 금융위원회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동전주 또는 시가총액 미달 사유로 36개 종목이 처음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어 13일 인지디스플레와 에이엔피, 14일 크린앤사이언스가 추가됐다.
인지디스플레와 에이엔피는 최근 30거래일 동안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문 점이 지정 사유가 됐다. 크린앤사이언스는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인 200억원을 계속 밑돌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 한 주 사이 관리종목 지정 우려 종목으로 공시된 상장사도 8곳이다. 제이케이시냅스, 케스피온, 일신바이오, 신라섬유, 모아데이타, 베노티앤알, 대동금속, 비투엔이 주가 1000원 미만 또는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 미달 상태를 이유로 이름을 올렸다.
새 기준은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됐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가 이어진다.
시가총액 기준은 유가증권시장 300억원, 코스닥시장 200억원이다. 관리종목 지정이 곧바로 상장폐지를 뜻하지는 않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주가나 시가총액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퇴출 절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2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서 시가총액, 동전주,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 등 4대 요건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동전주 요건은 이번 개편에서 새로 도입됐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이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낮아 주가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가격 자체보다 일정 기간 기준 미달 상태가 이어지는지를 보겠다는 취지다.
상장사들은 액면병합과 감자로 대응하고 있다. 액면병합은 여러 주를 한 주로 합쳐 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이다. 회사 전체 가치가 늘어나는 조치는 아니며, 본지는 앞서 액면병합 이후 신주 상장일보다 주가가 낮아진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화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한 2월 12일부터 첫 관리종목 지정이 나온 8월 1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액면병합 276건이 추진됐다. 코스피 57건, 코스닥 2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이다.
액면병합 이후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한화투자증권은 2월 12일부터 7월 15일까지 주식병합을 결의해 병합 신주 상장을 마친 156건 중 130건, 83.3%가 신주 상장일 대비 7월 15일 기준 주가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서 웬만해선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이는 액면병합인데, 올해 2월 상폐개혁방안 발표 이후 추진된 액면병합들은 다른 불가피한 사정이 설사 있었다해도 규제회피 목적일 것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액면병합만으로 상장 유지 기준을 맞춰도 실적 개선이나 사업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시장 평가가 달라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국내 주식시장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거래량이 줄거나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정리하는 흐름은 중앙화 거래소에서도 이어졌고, 본지는 앞서 비트멕스가 7월에만 65개 거래 상품을 상장폐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주식 상장폐지는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른 절차이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첫 관리종목 지정은 새 기준 시행 뒤 30거래일이 지난 시점에 시작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이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이르면 10월부터 실제 상장폐지 사례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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