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프리IPO와 나스닥 상장설을 두고 증권가 평가가 갈렸다. 외부 자본 유치로 투자 재원을 넓힐 수 있다는 시각과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우려하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8월 5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에서 “당사의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재공시 예정일은 9월 4일이다.
상장설은 솔리다임의 프리IPO와 나스닥 상장 추진 가능성이 시장에 퍼지면서 다시 부상했다. 조선비즈는 솔리다임 기업가치가 약 50조원, 프리IPO 규모가 5조~10조원으로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회사 공시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솔리다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외부 재무보고를 총괄할 ‘Director-External Reporting’ 채용에도 나섰다. 채용 요건에는 IPO와 증권 등록, 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 거래 지원 경험이 우대 사항으로 포함됐다. 다만 이 채용만으로 상장 절차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관측은 SK하이닉스의 기존 미국 AI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는 1월 28일 공식 보도자료에서 솔리다임을 재편해 미국 내 AI 솔루션 법인 ‘AI Company’를 세우고, 이 법인에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1500억원)를 자금 요청 방식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eSSD를 중심으로 미국 AI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한 뒤 미국에 세운 법인으로, 고용량 SSD와 액체냉각 SSD 등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포트폴리오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는 종속회사 Solidigm Inc.로의 영업양수 결정이 기재됐다. 양수영업은 낸드플래시와 SSD 판매·연구개발 사업 관련 자산, 계약, 권리, 인력 등이며 양수가액은 15조3695억원이다. 양수 목적은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스의 사업구조 재편으로 적시됐다.
프리IPO는 기업공개 전에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절차다. 통상 성장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되지만, 자회사 지분 일부가 외부 투자자에게 넘어가면 모회사 주주의 경제적 몫을 어떻게 볼지가 쟁점이 된다.
증권가의 쟁점도 이 지점에 모인다. 연합뉴스는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센터장이 분할 상장을 기존 주주에게 불리한 이슈로 봤고,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 투자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긍정론은 솔리다임이 외부 자본을 끌어와 낸드와 eSSD 투자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반대론은 솔리다임 가치가 별도 시장에서 평가되면 모회사 주주가 누리던 가치 일부가 외부 주주와 나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본다.
중복상장 논란도 남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6월 15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논평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다수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솔리다임 사안을 직접 겨냥한 공식 반대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회사 상장에 대한 주주 보호 논의와 맞물려 시장의 경계감은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서 솔리다임 상장 논의가 중복상장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짚었다. 당시에도 5조~10조원 규모의 프리IPO 자금조달과 50조원 상당의 기업가치가 거론됐지만, 공시상 별도 상장과 자금조달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정리됐다.
솔리다임의 사업은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AI 학습·추론 시설에서는 저장장치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냉각 효율이 전체 인프라 성능에 영향을 주며, 본지는 앞서 코어위브 AI 데이터센터에 솔리다임 SSD가 적용된 사례를 전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미국 AI·반도체 투자 구조는 넓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25일 SK하이닉스 AI 컴퍼니에 7383억8400만원을 출자해 계열사 공동투자를 확장했다. 솔리다임 상장설이 실제 절차로 이어질지는 SK하이닉스의 9월 4일 재공시에서 추가로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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