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달러 미국주식 순매수, 하이닉스 예탁증서 10% 웃돈

| 서지우 기자

한국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가 7월 45억 달러(약 6조3630억원) 규모로 늘어난 가운데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가 국내 본주보다 약 10%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자금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다.

블록비츠는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토대로 한국 투자자가 7월 미국 주식을 약 45억 달러 순매수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약 8억4000만 달러(약 1조1878억원)가 SK하이닉스 ADR로 유입돼 한국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증권 중 하나로 집계됐다.

이번 흐름의 핵심은 같은 기업 주식 사이의 가격 차이다. 한국 투자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를 살 수 있지만, 일부 자금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ADR로 향했다.

ADR은 외국 기업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주식예탁증서다. 기초 주식은 본국 시장에 있고, 미국 시장에서는 예탁기관이 발행한 증서가 거래되는 구조다.

SK하이닉스 ADR 가격은 국내 본주보다 약 10% 높은 프리미엄을 보였다. 미국 상장 주식의 변동성도 국내 본주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제시됐다.

오웬 라몬트(Owen Lamont) 아카디안자산운용 선임 부사장은 이 가격 차이를 두고 시장 투기가 과도해졌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같은 기업의 두 가격이 벌어진 현상을 "거품의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주가 상승을 단정한 전망이 아니라 동일 자산 간 가격 괴리에 대한 위험 신호 해석이다. 같은 기업을 기초로 한 증권이라도 거래 시간, 투자자 구성, 환율, 유동성 차이에 따라 가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개인투자자의 미국 시장 이동은 위험 선호 축소와는 거리가 있었다. 7월 순매수 상위 10개 미국 주식 가운데 4개가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특히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롱 ETF(SOXL)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으로 제시됐다. 이 상품은 반도체 관련 지수의 하루 등락을 세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고위험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는 성격이 강하다. 기초 지수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확대될 수 있어 장기 보유 상품과는 위험 구조가 다르다.

국내 시장의 신용거래 잔고는 줄었다. 한국 증시의 융자 잔고는 6월 말 약 37조원에서 8월 초 약 27조원으로 감소했다.

블록비츠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한국 개인투자자가 국내 시장에서 벌이던 고위험 AI 거래를 미국 시장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왔다기보다 거래 무대가 국내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 ADR은 상장 초기부터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본지는 앞서 SK하이닉스가 ADR 기초 주식 1779만 주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SK하이닉스 ADR은 뉴욕증시 프리마켓에서 170달러선을 회복하며 상장 초기 변동성을 이어갔다. 이번 프리미엄 논란은 상장 뒤 형성된 해외 거래 수요와 국내 본주 가격의 괴리가 다시 부각된 사례다.

한국 개인투자자 자금만으로 미국 증시 전체 흐름을 바꿀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레버리지 ETF처럼 개인투자자 거래가 집중된 고변동성 자산에서는 가격 변동이 먼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