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감사위원 한 자리를 둘러싼 표 대결로 압축됐다.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 연합이 추천한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본부장은 자신을 특정 진영 인사로 분류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본부장은 연합인포맥스 인터뷰에서 “영풍 관계자도, MBK 관계자도 만난 적 없다”며 “독립이사로서 어느 진영으로도 묶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 선정 과정에서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와 무관한 독립 이사가 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9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이다.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 연합은 독립이사 후보를 각각 2명씩 추천했다. 감사위원 후보로는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 연합이 박 전 본부장을, 고려아연 이사회 측이 백인규 단국대 교수를 내세웠다.
백 교수는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을 지낸 회계·감사 전문가로 소개됐다. 양측이 독립이사 후보 수에서는 균형을 맞춘 만큼 감사위원 선임 결과가 이사회 견제 구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본부장은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 APG에서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 업무를 17년간 맡았다. 국민연금공단 ESG위원회 위원과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 연합은 앞서 감사위원 후보 공개추천 절차를 진행했다. 외부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독립 후보심사위원회가 후보자의 전문성과 직무 역량, 기업지배구조 이해도, 평판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감사위원 선임은 고려아연 지배권 분쟁의 핵심 절차로 떠올랐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합산 3%룰이 적용된다.
합산 3%룰은 감사위원 선임 때 특정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일정 비율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지분율 자체는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 연합이 앞선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 규칙 때문에 실제 표 계산은 단순 지분율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박 전 본부장은 이사회에 들어갈 경우 판단 기준을 일반 주주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이 올리는 안건을 일반 주주와 국민연금의 시선으로만 볼 것”이라며 “특정 대주주의 유불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화한 분쟁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드러냈다. 박 전 본부장은 “분쟁이 길어질수록 기업 평판과 주주의 불안이 커진다”며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금도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상호주 관행에는 비판적 입장을 냈다. 그는 “위기 때 서로 돕는 상호주 구조는 일본 증시 침체의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며 재벌 구조로 얽힌 한국 시장에서는 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고려아연 주변 우호 지분에 대해서는 해당 자본 배분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부합하는지 각 회사가 설명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지배주주 간 이해 충돌 속에서 책임성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고려아연과 영풍·엠비케이파트너스의 분쟁은 앞선 법적 다툼 일부가 정리된 뒤 다시 주총 국면으로 옮겨갔다. 본지는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임시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감사위원 선임 결과가 양측의 이사회 견제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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