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성공률 38.5%, 상폐 사례 누적

| 이도현 기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코스닥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와 증시 변동성, 상장 심사 강화가 겹치면서 스팩의 만기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투자업계를 인용해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고 9월 1일 증시에서 사라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상장폐지 사유는 합병상장예비심사신청서 미제출이다.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1개월 안에 해당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다. 앞서 에스케이증권제10호스팩도 정해진 3년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확정하지 못해 상장폐지됐다.

하나스팩30호, 유안타제12호스팩, KB제25호스팩도 합병 예비심사를 신청하지 못하고 청산 절차를 밟았다. 2022~2023년 공모주 시장 열풍 속에 상장된 스팩들의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면서 상장폐지 사례가 누적되는 흐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60%대를 유지하던 스팩 합병 성공률은 2025년 38.5%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 합병에 성공한 스팩도 전체 대상 중 20%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상장시키기 위해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다. 공모로 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합병 대상을 찾아야 한다.

통상 상장 후 2년 6개월 안에 합병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내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청산과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합병 실패가 늘어난 배경에는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눈높이 차이가 있다. 비상장기업은 높은 가치를 요구하지만, 스팩 주주와 시장은 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면서 합병 비율 협상이 틀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심사 환경도 달라졌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합병 대상 기업의 실적 추정과 매출 전망에 대한 검증 부담이 커졌다.

증시 변동성은 구조적 부담을 키운다. 합병 공시 이후 주가가 급등락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이 금액이 스팩 예치금을 넘어서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는 스팩 청산 때 공모가에 지정 이율을 더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합병에 따른 기대 수익은 사라지고, 정리매매 기간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남는다.

주관 증권사도 부담을 안게 된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증권사는 스팩 상장폐지 때 자문과 인수 수수료 수입을 얻지 못하고, 투자 자본 처리 과정에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국내 스팩 시장 위축은 스팩을 상장 통로로 활용해 온 해외 크립토·기술기업 사례와 비교해 볼 변수로도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해외 사례에서 스팩 합병이 주주 환매율과 규제 심사 결과에 따라 실제 유입 자금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스팩의 합병 진행 상황과 잔존기간 등을 분석해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상품이 출시된 바 있다. 합병 완료 전까지 환매, 승인, 시장 가격 변동이 거래 조건과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심사 강화와 기업가치 산정 기준의 보수화로 스팩 합병 문턱이 높아진 상태”라며 “합병을 완료하지 못한 스팩들의 청산 사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은 예정대로면 9월 1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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