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순현금·실적 종목 장세 전망

| 강이안 기자

고금리 환경이 길어지면서 대형 성장주 중심의 일방적 흐름보다 기업별 실적과 현금흐름을 따지는 종목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26일 공개한 ‘실전 퀀트(Quant MP)-고금리의 산물, 종목 장세’ 보고서에서 8월 시장을 고금리 부담이 큰 빅테크 기업에서 다른 종목으로 수급이 이동한 국면으로 진단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큰 빅테크 기업들이 고금리 환경에 고착되면서 관련 수급이 다른 종목으로 흘러내리는 ‘낙수효과’로 종목 장세가 형성된 국면”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8월 미국 고CAPEX 팩터의 부진과 금리 간 역상관을 근거로 들었다. CAPEX는 설비투자를 뜻한다. 기업이 데이터센터, 장비, 인프라 등에 투입하는 자금이 커질수록 금리 상승기에는 자금 조달과 현금흐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나증권은 미국 고CAPEX 기업들이 9월부터 연말까지 부진한 경향도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1~3분기 추정치로 반영되던 비용이 회계연도 말인 4분기에 실제치로 확정되면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에 반영되는 구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쉽게 말해, CAPEX가 과도한 기업일수록 4분기 FCF 훼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과 투자 이후 실제로 남기는 잉여현금흐름이다.

금리 판단도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이 연구원은 “지금의 금리 상승은 경기 개선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비정상적 조합”이라며 “미 국채 수요 부진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이 실질금리나 성장 기대보다 텀 프리미엄에서 주도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런 환경에서 순현금 비중이 높은 기업, 실적 전망이 상향되는 기업, FCF가 높은 기업을 주요 스타일로 제시했다. 저PBR, 목표주가 괴리율 상위,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도 함께 거론했다. 이는 하나증권 보고서의 분석 기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판단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증권은 DL이앤씨, 농심, LG생활건강, 삼성화재, 삼성E&A, GS, 한국앤컴퍼니, 삼성에스디에스, OCI홀딩스 등을 보고서상 점검 대상 종목으로 제시했다. 반도체에 대해서는 중립보다 소폭 높은 비중을 유지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금리 하락 기대가 형성될 경우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상반기 ‘고금리=퀄리티’ 선호의 미국 스타일 흐름이 재차 나타난다면 이에 대한 국내 시장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는 전통 금융시장뿐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의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고금리 장기화 경계가 위험자산 가격 판단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앞선 진단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보고서도 유동성 확대보다 기업별 현금흐름과 실적 차별화를 시장 해석의 중심에 뒀다.

AI와 빅테크를 둘러싼 시장 해석에서도 CAPEX 부담은 이미 주요 쟁점으로 다뤄져 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부품 수요와 공급 여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성장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금리 환경에 따라 비용 부담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연구원은 “지금의 종목 장세는 유동성이 풀려서가 아니라 고금리가 만든 ‘차별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내러티브 콘셉트의 고베타와 거래대금 상위 종목 접근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초점은 시장 전체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금리 환경 속에서 기업별 비용 부담과 현금 창출력을 나눠 봐야 한다는 데 있다. 향후 시장은 잭슨홀 미팅,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지정학 리스크 완화, 미·중 정상회담 등 금리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정과 함께 기업별 실적 전망을 확인하게 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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