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리테일 자산 비중을 낮추고 호텔 편입을 늘리고 있다. 호텔은 임대차 기간이 짧아 수익 변동성이 크지만, 방한 수요 회복과 객실 공급 제약이 맞물리면서 포트폴리오 재편 대상으로 다시 부상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운용리츠 자산총계에서 호텔 비중은 2024년 4분기 0.73%에서 올해 2분기 1.4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리테일 비중은 7.52%에서 6.33%로 낮아졌다.
주택 비중은 47.63%에서 43.65%로 줄었고, 물류 비중도 7.66%에서 6.53%로 내려갔다. 국내 리츠에서 호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주요 상장 리츠의 자산 편입 방향은 리테일·오피스 중심에서 호텔과 복합시설로 넓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리츠(330590)가 대표 사례다. 롯데리츠는 지난 1월 호텔롯데가 보유하던 L7 홍대를 2650억원에 양수했다. 2024년 9월에는 L7 호텔 강남타워를 3300억원에 취득했다.
호텔 자산을 잇달아 편입하면서 롯데리츠 포트폴리오에서 리테일 비중은 76%로 내려갔고 호텔 비중은 21%로 올라갔다. 백화점과 마트 등 리테일 자산 중심으로 임대수익을 쌓아 온 구조가 일부 바뀐 셈이다.
호텔롯데는 L7 홍대 매각 뒤에도 임차인으로 남았다. 호텔롯데는 공시에서 L7 홍대를 롯데리츠에 매각하고 5년간 임차 계약을 맺는 구조를 밝혔다. 소유와 운영을 나눠 리츠는 임대수익을 확보하고, 호텔 운영사는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영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334890)도 오피스 중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4월 기업설명회에서 운용자산 대부분이 오피스라는 점을 들어 자산 다변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올해 7월에는 서울 중구 명동 청휘빌딩 호텔 복합시설에 투자했다. 총 투자비는 1682억원이고 리츠 자기자본 투자는 660억원이다. 회사는 투자 뒤 오피스 비중이 기존 93%에서 8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357120)도 호텔 비중을 키우는 흐름에 들어섰다. 회사는 2025년부터 1~2성급 호텔을 3~4성급으로 끌어올리는 중급 호텔 밸류애드 전략을 쓰고 있다. 서울 재동 주유소를 호텔로 전환하는 개발도 진행 중이다.
본지는 앞서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주유소 중심 자산 비중을 낮추고 물류·호텔·오피스·모빌리티로 투자 영역을 넓혀 왔다고 보도했다. 리츠 시장 전체로도 투자 대상이 주거·물류·상업시설로 넓어져 왔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운용하는 간접투자기구다. 법률상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해야 한다. 어떤 자산을 편입하느냐가 임대수익과 배당 재원에 직접 영향을 준다.
호텔 자산 확대가 단순한 안정성 선택은 아니다. 호텔 객실은 하루 단위로 팔리기 때문에 오피스와 리테일보다 임대차 기간이 짧다. 경기와 관광 수요 변화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KB증권은 호텔이 객실 가격을 탄력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공실 위험과 변동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피스와 리테일이 비교적 긴 임대차 계약을 바탕으로 수익을 예측하는 것과 달리, 호텔은 수요 회복기에는 가격 조정 여지가 크지만 침체기에는 매출 흔들림도 커질 수 있다.
리츠업계가 이 위험을 감수하는 배경에는 호텔 수급이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수요는 회복됐지만, 객실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구조가 판매객실 평균요금(ADR)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증권은 서울 호텔 ADR이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도쿄와 싱가포르보다 낮다고 봤다. 도쿄 대비 평균 16%, 싱가포르 대비 20% 낮다는 분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서울 호텔 ADR은 도쿄의 60% 수준”이라며 “한국은 일본에 없는 K-컨텐츠 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호텔 비중 확대가 각 리츠의 배당 안정성과 자산가치에 미칠 영향은 운용 구조와 임대차 조건별로 갈릴 수 있다. 호텔은 수요 회복기의 가격 탄력성과 경기 민감성을 함께 가진 자산이어서, 임차인 신용도와 계약 기간, 객실 단가 흐름이 함께 평가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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