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리츠가 새 자산을 사들이기보다 보유 자산을 팔거나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금리와 주가 약세가 겹치면서 배당 재원을 키우는 기존 성장 공식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이날 2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3755원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40%를 넘는다.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지난달 말 핵심 자산인 세미콜론문래를 6148억원에 매각했다. 매각으로 회수한 원금 2130억원 가운데 565억원은 세미콜론수송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
나머지 금액 중 1000억원은 9월과 11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조기 상환에 쓸 예정이다. 자산 매각 대금이 신규 투자 확대보다 부채 부담을 낮추는 데 먼저 배정되는 구조다.
KB스타리츠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 4월 105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이 가운데 1020억원은 채무 상환에 쓰였고 34억원은 운영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유상증자 추진 발표 직전인 2월 19일 3250원이던 KB스타리츠 주가는 28일 1427원으로 낮아졌다. 하락률은 약 56.1%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지난해 10월 경기 판교 삼성중공업 연구개발센터 관련 차입금을 갚기 위해 70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이 중 631억원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됐다.
일부 리츠는 유동성 부담이 거래 정지로 이어졌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4월 만기가 돌아온 4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리츠는 투자자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나 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통상 주가가 높을 때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뒤 수익형 부동산을 편입해 배당 재원을 키운다.
그러나 주가가 낮아지면 같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이 커지고, 증자 목적도 신규 자산 편입보다 차입금 상환으로 기울기 쉽다.
자산 매각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면 만기 차입금이나 회사채 상환에 대응할 수 있지만, 동시에 향후 임대수익 기반은 줄어들 수 있다.
국내 리츠 시장은 그동안 자산 편입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외형을 키워 왔다.
최근 흐름은 성장보다 재무구조 관리가 앞서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차환 비용이 커지고, 주가 약세는 유상증자 여력을 떨어뜨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차환을 앞둔 리츠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며 “부채를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주가 방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리츠 시장의 부담이 신규 성장보다 재무구조 관리에 먼저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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