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015만달러 순매수, 서학개미 SGOV 집중

| 이도현 기자

서학개미가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미국 초단기 국채 ETF인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를 1억1015만달러(약 1481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메타 플랫폼스와 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보다 많은 규모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서 SGOV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ETF 순매수 1위에 올랐다. 메타 플랫폼스는 6270만달러(약 843억원), 알파벳은 5720만달러(약 769억원)로 뒤를 이었다.

SGOV로의 자금 유입은 금리 상승기에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은 단기채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과 현금성 자산 사이에서 자금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자도 SGOV를 사들였다. 삼성증권 집계에서 SGOV는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미국 상장 ETF 가운데 순매수 금액 3위에 올랐으며, 순매수 규모는 20억3100만달러(약 2조7320억원)였다.

SGOV는 잔존 만기 3개월 이하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아이셰어즈는 0~3개월 만기의 미국 국채 지수를 추종해 금리 민감도를 낮추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분배금은 매월 지급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신규 채권이 발행돼 기존 채권 가격이 하락하지만, 만기가 짧은 채권은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조정 폭이 장기채보다 작은 편이다.

초단기 국채 ETF는 머니마켓펀드(MMF) ETF와 함께 단기 자금의 대기처로 활용된다. 미국 CNBC는 크리스토퍼 쿨리지(Christopher Coolidge) 브룩우드 인베스트먼트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초단기채 ETF가 비슷한 만기와 금리 민감도를 가진 머니마켓 ETF보다 75~110bp(1bp=0.0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권은 한 달 사이 달라졌다. 8월 1~7일에는 아마존이 1억7620만달러(약 2371억원)로 1위였고,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이 뒤를 이었다.

당시 SGOV 순매수액은 4818만달러(약 648억원)로 25위였다. 한 달 전에는 대형 기술주와 인공지능·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중심이었지만, 9월 첫째 주에는 초단기 국채 ETF가 가장 많이 순매수된 상품으로 올라섰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미국 단기 국채를 섞은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8월 25일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혼합50’을 상장한 데 이어 9월 8일 ‘TIGER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을 출시했다.

두 상품은 각각 국내 반도체주 또는 미국 주식과 미국 단기 국채를 결합한 구조다. 주식의 성장 가능성과 단기채의 이자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상품군으로, 국내 투자자가 해외 자산에 접근하는 방식도 단일 종목에서 혼합형 ETF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단기국채는 잔존만기가 짧아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자수익과 함께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달러 자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국채 ETF도 시장 가격으로 거래되는 금융상품이다. 금리와 환율이 움직이거나 ETF 시장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달라지면 실제 투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국내 투자자의 SGOV 순매수액은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9296만달러(약 1250억원)로 집계됐다. 이번 순매수 규모가 그보다 늘어나면서 서학개미의 단기채 ETF 매수 흐름이 9월 초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SGOV를 비롯한 초단기 국채 ETF의 자금 유입이 금리와 환율 변화 속에서도 계속될지, 국내 자산운용사의 혼합형 상품 출시가 해외 단기채 투자 수요를 얼마나 넓힐지 지켜볼 부분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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