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국가 문제의 해법’으로 띄우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들이 내세운 전제는 명확했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고, 시장과 코드가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한 달짜리 프런티어 기술 콘퍼런스 ‘알레프(Aleph)’에서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의원 4명이 한자리에 모여 블록체인과 AI 도입을 주장했다. 교육·의료·행정 전반에 신기술을 우선 적용하면 민주주의를 개선하고 관료주의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장에서는 ‘국가 권력’에 대한 경계심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다미안 아라비아(Damián Arabia) 하원의원은 패널 토론에서 “우리는 국가에 우리 삶에 대한 얼마만큼의 권력을 부여하길 원하는가”라고 물으며, 기술 도입 과정에서 국가 개입의 범위를 문제 삼았다. 후안 페르난데스(Juan Fernández) 부에노스아이레스 자치시 출신 의원은 블록체인과 AI가 “민주주의 관점에서 우리의 삶을 훨씬 더 좋게 만들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소비자 보호나 안전장치(가드레일)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이 드러낸 공통분모는 아르헨티나 정치권 일부에 퍼진 ‘테크노-리버테리언(기술 자유지상주의)’ 성향이었다. 이들은 정부 감독보다 코드와 시장 메커니즘이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직접 민주주의나 행정 효율화, 더 나은 보건 시스템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주장에 아르헨티나는 특히 취약하면서도 ‘비옥한’ 토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패 문제와 만성적 인플레이션, 반복된 경제위기 속에서 제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이 신뢰를 잃을수록, 블록체인 같은 ‘검증 가능한 기록’과 AI 기반 자동화가 대안으로 포장되기 쉽다.
문제는 블록체인과 AI가 정말로 국가 운영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토론에서 사실상 비켜갔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 규모에서 블록체인을 실제로 구현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고, 성공 모델로 통하는 사례들조차 논쟁의 여지가 적지 않다.
패널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인물은 페르난데스였다. 정부 통제나 규제 프레임 자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톤이 뚜렷했다. 아라비아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스마트 규제’를 언급했지만, 곧장 “국가가 얼마나 권력을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규제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내비쳤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원 다리오 니에토(Darío Nieto) 역시 ‘스마트 규제’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방향은 탈규제에 가까웠다. 마르틴 예시(Martín Yesí) 하원의원은 패널 전원이 사실상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농담처럼 언급했다. 스펙트럼은 달라 보여도 결론은 “정부는 한발 물러서라”로 수렴한 셈이다.
이 같은 기조는 2023년 말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과도 겹친다. 밀레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로 규정하며 사회서비스와 정부 기관의 대대적 축소를 공언해 왔다. 기술 중심 해법론과 작은 정부 기조가 정치적으로 맞물릴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의원들은 교육·의료·거버넌스에 블록체인과 AI를 우선 적용하자고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국가가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대규모로 안정 운영한 전례는 많지 않다. 지난 10여 년간 여러 국가가 시범사업(PoC)과 파일럿을 진행했지만, 정부 블록체인은 여전히 ‘실험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신원 시스템도 논쟁거리다. 일부 기술자들은 에스토니아가 블록체인을 쓴 것이 아니라, 암호학적 검증을 결합한 전통적 데이터베이스 구조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이라는 브랜드가 실제 기술 구조를 과장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바이 역시 비슷하다. 두바이는 2016년 ‘2020년까지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정부’가 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한은 지나갔고 약속했던 수준의 전환은 실현되지 않았다. 토지대장, 비자 신청 등 일부 파일럿은 진행됐지만, 행정 전반을 바꾸는 변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 주크(Zug) 칸톤은 일부 공공 서비스에서 비트코인(BTC) 납부를 허용하지만, 수납 직후 스위스프랑으로 즉시 환전하는 구조다. 2018년에는 이더리움(ETH) 기반 uPort를 활용한 블록체인 전자투표 파일럿도 있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참여자가 200명 수준에 그쳤다. 이후 스위스는 보안 우려로 전자투표에 더 신중해졌다.
이런 패턴은 여러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이날 토론의 의원들은 실패하거나 제한적으로 끝난 정부 블록체인 사례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래는 밝다”, “위기는 기회”라는 메시지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위기 국면의 아르헨티나에서 블록체인과 AI가 ‘만능열쇠’처럼 소비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현장 소식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기반 시장 담당 기자 페드로 솔리마노(Pedro Solimano)가 전했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아르헨티나 정치권 일부에서 블록체인·AI를 ‘국가 문제 해결책’으로 포장하며 채택 드라이브가 커지는 중
- 핵심 전제는 ‘작은 정부’로, 규제·감독보다 시장 메커니즘과 코드(자동화/스마트컨트랙트 등)에 더 큰 역할을 부여
- 제도 불신(부패·인플레이션·경제위기)이 커질수록 ‘검증 가능한 기록(블록체인)’과 ‘행정 자동화(AI)’가 대안 서사로 부상하기 쉬움
💡 전략 포인트
- 정책 수혜 테마: 디지털 신원, 공공행정 전자화, 데이터 인프라, RegTech/컴플라이언스 자동화, GovTech 파일럿 관련 생태계에 관심 확대 가능
- 리스크 체크: ‘스마트 규제’ 표현이 사실상 ‘탈규제’로 기울 수 있어 소비자 보호·보안·책임소재 공백이 커질 수 있음
- 실행 현실: 국가 단위 블록체인 성공사례가 제한적이며(에스토니아·두바이·스위스 사례도 논쟁/부분 적용), PoC→상용화 구간에서 좌초 가능성 상존
- 관전 포인트: 밀레이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와 결합될 때 “빠른 실험”은 늘 수 있으나, 실패 비용과 사회적 합의(가드레일)가 뒤따르지 않으면 역풍 가능
📘 용어정리
- 테크노-리버테리언: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술·시장 자율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성향
- PoC/파일럿: 본사업 전 ‘가능성 검증/시범 운영’ 단계(성공해도 전국 단위 확장과는 별개)
- 가드레일(안전장치): 소비자 보호, 책임소재, 보안 기준, 감사·감독 체계처럼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 디지털 신원(DID 등): 온라인에서 개인/기관을 증명하는 인증 체계(블록체인 사용 여부와는 별개로 구현 가능)
Q.
아르헨티나 의원들이 말한 ‘블록체인·AI로 국가 문제 해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교육·의료·행정에 신기술을 먼저 적용해 관료주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자는 주장입니다. 다만 전제는 ‘정부 역할 최소화’로, 규제·감독보다 시장과 코드가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이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Q.
정부에서 블록체인을 실제로 대규모로 성공시킨 사례가 많나요?
많지 않습니다. 기사에서도 에스토니아는 ‘진짜 블록체인인가’ 논쟁이 있고, 두바이는 ‘블록체인 정부’ 목표 대비 전면 전환이 미흡했으며, 스위스 주크의 전자투표/납부 사례도 제한적·신중론이 커졌다고 설명합니다. 즉 PoC/파일럿은 늘었지만 국가 규모 상용화는 아직 실험 단계에 가깝습니다.
Q.
‘스마트 규제’가 왜 사실상 ‘탈규제’로 해석되나요?
토론 참가 의원들이 규제를 설계하기보다 “국가가 얼마나 권력을 가져야 하느냐”를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고, 소비자 보호·안전장치(가드레일) 언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규제의 ‘정교화’보다 정부의 ‘후퇴’에 무게가 실리면, 책임소재·보안·피해구제 공백이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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