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검찰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둘러싼 수사를 한층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차기 연준 의장 인준 절차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검사장 제닌 피로 휘하 검사들은 사전 예고 없이 워싱턴DC의 연준 본부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 비용이 늘어난 경위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현장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파월 의장이 2025년 6월 의회에서 개보수 비용 문제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는지, 즉 위증 의혹이 있는지 여부다. 다만 현장 방문 검사들은 사전 승인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연준 법무팀 연락처만 받은 채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정치적 함의가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연방검찰의 이번 불시 방문이 매우 이례적이며, 수사를 공격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조처라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 측은 이에 대해 연준 수장을 임기 전에 사실상 압박해 교체하려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피로 검사장이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 해석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방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여 왔다.
법적 공방도 이미 진행 중이다. 연준 측 외부 법률 대리인인 로버트 허 변호사는 피로 검사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연방 법원이 파월 의장에 대한 소환장을 무효화한 점을 거론하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허 변호사는 법원 판단에 불복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지 이를 우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변호인 입회 없이 연준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요구했다. 실제로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DC 연방지법 수석판사는 지난달 13일 소환장 무효를 결정하면서, 이번 수사가 파월 의장에 대한 보복이라는 부적절한 동기를 분명히 드러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사법부가 이미 수사의 정치적 성격을 문제 삼은 셈이어서, 향후 수사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눈길은 이제 차기 연준 의장 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다음 달 15일 끝나며,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수사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 의장 후보자는 연방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와 상원 본회의 표결을 모두 거쳐야 한다. 현재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 구도여서 민주당 전원에 더해 공화당 의원 1명만 반대해도 인준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기 어렵다. 실제로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파월 의장 관련 수사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위원회는 오는 21일 워시 후보자 청문회를 열 예정이며, 팀 스콧 위원장은 이번 수사가 수 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한 개인에 대한 수사를 넘어, 미국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연준의 독립성이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지와 직결돼 있다. 중앙은행은 금리 결정으로 물가와 경기,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기 때문에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수사 진행 속도와 상원 인준 과정에 따라, 미국 금리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물론 달러와 채권시장 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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