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평가 앞두고 AML 규제 강화…가상자산 업계 대응 분기점

| 김서린 기자

가상자산 확산과 초국경 금융범죄 증가로 기업의 ‘자금세탁방지(AML)’ 대응이 단순 규정 준수를 넘어 실질적 리스크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8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를 앞두고 제도 강화가 예고되면서 시장 전반의 부담과 함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삼일PwC는 11일 ‘자금세탁방지 제도 강화의 방향성과 기업의 대응 전략’ 세미나를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금융회사와 가상자산사업자 관계자들이 참석해 글로벌 AML 흐름과 국내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승호 삼일PwC 금융부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자금세탁방지는 더 이상 일부 금융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확산과 함께 금융 생태계 전반의 핵심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와 새로운 거래 구조의 등장으로 기존 기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ATF 평가 앞두고 AML 규제 전방위 강화

금융당국은 2026년을 기점으로 자금세탁방지 제도 선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방향은 가상자산을 악용한 초국경 범죄 자금 차단, 감독·검사 확대, 금융회사 AML 역량 강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AML 규율 도입, AML 보고책임자의 임원화,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 트래블룰 전면 확대 등이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규제 추가가 아니라 기업의 내부 통제 수준과 리스크 인식 능력을 직접 검증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최근 캄보디아발 금융사기 등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 간 자금 이동이 쉬워지면서 자금세탁 경로 또한 복잡해지고 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거래는 익명성과 속도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기존 금융 규제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형식 아닌 실질 대응…거버넌스 재설계 필요”

이승호 대표는 “규제 강화의 본질은 제도의 수가 아니라 기업이 자금세탁 리스크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느냐에 있다”며 “감독당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향후 평가에서 직접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추세 ▲업권별 리스크 특성과 대응 전략 ▲AI 기반 AML 혁신 사례 ▲단기 대응 과제 등 네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특히 해외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거래 모니터링과 이상거래 탐지가 빠르게 확산되며 AML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는 점이 소개됐다.

기업들은 이에 맞춰 거래 모니터링 고도화, 고객 위험평가 체계 정비, 특정 국가 및 고위험 거래 관리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순히 규정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전사적 거버넌스와 내부 통제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리스크 확대 속 ‘기회’도…AML 경쟁력 중요성 부각

서정렬 삼일PwC 파트너는 “FATF 상호평가를 앞두고 규제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AML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과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AML은 단순한 규제 항목을 넘어 시장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제도 강화와 기술 도입이 병행되면서 기업 간 리스크 대응 역량 격차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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