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을 공적개발원조와 결합한 ‘한국형 AI 패키지’ 전략을 본격 논의하면서, 개발협력 정책이 단순한 인프라 지원을 넘어 기술·산업 협력 중심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재정경제부는 2026년 5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1차 인공지능 융합 국제개발 자문위원회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4차 국제개발 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과 ‘2026∼2028 대외경제협력기금 중기 운용 방향’에서 핵심 과제로 정한 한국형 AI 패키지 사업 추진전략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적개발원조, 즉 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돕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뜻하는데, 정부는 이제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은 수자원·보건·교육·에너지처럼 개발 수요가 큰 분야의 인프라 사업에 AI를 얹어 실제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 즉 EDCF 차관으로 추진되는 각종 시설과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국가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요청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이 먼저 사업 모델을 설계해 지원 대상 국가에 제안하는 방식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는 개발협력의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한국이 강점을 가진 디지털 기술을 국제개발 분야의 표준 사업으로 자리 잡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개발협력과 산업정책을 함께 엮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국의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해외 AI 시장 진출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국내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겨냥하고 있어, 이번 전략은 원조정책이면서 동시에 수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성격도 함께 갖는다. 구 부총리는 AI가 공급망·문화 같은 다른 ODA 중점 분야와도 결합해 개발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AI 격차를 줄이기 위해 관련 지원의 양과 질을 모두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기구와의 연계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재정경제부는 한국에 설치될 예정인 9개 유엔 기구의 글로벌 AI 허브와 세계은행을 비롯한 5개 다자개발은행 한국사무소 사이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인력과 기업이 이런 글로벌 AI 협력 체계에 적극 참여하려면 보다 촘촘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이번 논의를 토대로 한국형 AI 개발협력 모델을 더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의 대외원조가 전통적인 자금 지원을 넘어 디지털 기술, 산업 생태계, 국제 규범 참여를 함께 묶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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