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의 탈달러 논의가 새 공동통화보다 국경 간 결제망 구축에 집중되고 있다. 2026년 인도 뉴델리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결제망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현지통화 결제를 연결하는 방안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브릭스 전문가협의회 러시아는 인도가 2026년 의장국으로서 9월 12~13일 뉴델리에서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2025년 리우데자네이루 선언은 브릭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브릭스 국경 간 결제 이니셔티브(BRICS Cross-Border Payments Initiative)’ 논의를 이어가도록 주문했다.
선언에는 회원국 결제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달러를 대체할 단일통화를 즉시 만드는 대신 기존 결제 인프라를 연결해 현지통화 거래를 늘리는 구상이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교부 장관은 2025년 3월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인도에는 달러를 대체하려는 정책이 없다”고 말했다. 달러를 국제 경제 안정에 기여하는 준비통화로 평가하면서 브릭스 내부에도 탈달러를 둘러싼 단일 입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Bank of Russia)은 브릭스 금융 협력 의제로 CBDC와 비현금 자금, 디지털 금융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 구상을 제시했다. 국제 금융 전문 표준인 ISO 20022와 국가 결제망 감독 경험의 공유, 현지통화 결제 확대도 논의 대상에 포함했다.
이 구상이 비트코인(BTC)을 브릭스의 공식 결제수단으로 채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국가 주도 디지털화폐와 결제 인프라가 국제 송금과 무역 결제의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크립토 시장과 맞닿아 있다.
짐 오닐(Jim O’Neill) 전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결제 기술의 발전을 계기로 브릭스의 달러 대안 금융수단에 대한 견해를 일부 바꿨다. 2001년 ‘BRIC’이라는 표현을 만든 오닐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약 18개월 전까지 이를 “환상”으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관점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오닐은 브릭스가 거둔 구체적인 성과로 신개발은행(NDB) 외에는 떠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제 기술의 발전 가능성과 회원국들의 정책 실행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평가다.
2026년 1분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달러 비중은 57.13%로 2025년 4분기 56.42%보다 높아졌다.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도 달러가 외환보유와 무역 송장, 국제 거래에서 여전히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제도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2025년 7월 18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첫 연방 규제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에 서명했다. 이 법은 달러와 단기 국채 등 유동자산으로 100% 준비금을 갖추도록 규정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6년 5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약 98%가 달러 표시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초기에는 기존 통화 위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브릭스가 달러 의존도를 낮출 결제망을 모색하는 동안 민간 크립토 결제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위안화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인 CIPS도 브릭스 결제망 논의에서 거론되는 기반 시설이다. 본지는 앞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제도 개편과 엠브리지 누적 거래액 흐름을 전했다. 브릭스는 9월 12~13일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국경 간 결제와 회원국 결제 시스템의 상호운용성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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