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크레디트 시장의 투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외국인 비과세 혜택을 국고채와 통안증권에서 특수은행채·공사채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외국인의 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수급 개선 효과가 일부 채권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연합인포맥스는 11일 시장금리 상승으로 국내 채권 투자자의 자금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발행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확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크레디트 시장이 SK하이닉스 수요에 의존할 정도로 위축되면서 투자자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비거주자와 외국 법인이 국채·통안증권 투자로 얻은 이자소득과 양도소득에 탄력세율인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인 조치다.
비과세 대상은 현재 국고채와 통안증권으로 한정된다. 특수은행채와 공사채, 은행채, 회사채 등 발행 주체의 신용위험이 반영되는 크레디트물에는 같은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은 통상 거래 규모가 커 유동성이 풍부하고 만기가 비교적 짧은 채권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특수은행과 공기업이 해외에서 외화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채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사의 한 조달 담당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원화 크레디트물을 사고 싶어 하면서도 세제 혜택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스프레드가 벌어졌을 때도 매수 의사를 보였지만 결국 비과세 혜택이 없다 보니 주저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금리와 환율 조건뿐 아니라 세금이 최종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다른 발행사 조달 담당자는 “외국인 역시 크레디트 스프레드와 환율 조건 등에 따라 이따금 매수에 관심을 보이는데 국고채와 달리 비과세 혜택이 없다 보니 투자 레벨에 대한 눈높이가 좀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 시장 여건이 나쁠 때 외국인 자금이 수요를 보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비과세 확대의 실효성을 둘러싼 전문가 평가는 엇갈렸다.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가 국채에 집중돼 있어 크레디트물까지 혜택을 넓힐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과 세금 부담을 낮추면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맞섰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채권 투자 구조를 살펴보면 국채가 대부분”이라며 “다른 국가도 국채 투자 장려 차원으로 국채 위주로 세제 혜택을 주고 있어 굳이 크레디트까지 넓힐 필요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만으로 외국인 투자가 크레디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채권은 금리 수익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 거기서 차감될 세금을 줄이는 혜택을 주면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외국인의 크레디트물 투자가 많지 않아 수혜가 일부 공사채와 은행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공사채와 특수은행채 발행량이 늘어난 점도 외국인 수요 확대론의 배경이다. 물량 증가로 수급 경계감이 커지자 정부는 올해부터 공적채권 발행사를 대상으로 채권발행기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의 조달 만기가 과거보다 짧아지고 발행량 증가로 유동성이 확대된 점은 외국인의 투자 성향과 맞닿는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의 경우 재정거래 유인 등을 고려해 2년 이하 구간을 중심으로 매수하는데 공기업들의 조달 만기가 짧아지면서 점차 여건이 맞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비과세 혜택을 크레디트물로 확대하는 방안은 발행시장과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 의견으로, 정부 정책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 수급 효과도 제도 변경 여부와 적용 대상, 외국인의 매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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