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거래소 전 임원 소송 추진, 체스 실패 책임 묻는다

| 최윤서 기자

호주증권거래소(ASX)의 블록체인 기반 체스(CHESS) 교체 사업 실패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주주 파생소송 절차로 번지고 있다. 법원이 허가하면 주주가 호주거래소를 대신해 전직 임원과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시작된다.

호주거래소는 12일 시장 공시에서 주주 로셔빌(Rosherville Pty Ltd)이 호주 연방법원에 법정 파생소송 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셔빌은 일부 전직 임원과 이사가 과거 체스 교체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사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호주거래소는 이번 신청이 승인될 경우 로셔빌이 회사를 대신해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주거래소 자체를 상대로 한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공시에는 소송 대상자의 이름, 구체적 위반 내용, 청구하려는 구제 수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도 아직 로셔빌의 신청을 심리하지 않았다.

체스는 호주 주식시장의 청산·결제와 주주명부 처리를 맡는 핵심 인프라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판 뒤 권리 이전과 결제가 실제로 처리되는 기반 시스템인 만큼, 장애나 지연은 시장 운영 전반의 신뢰와 직결된다.

호주거래소는 2016년 체스 교체 사업 검토에 착수했고, 2017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새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대표 사례로 거론됐지만, 가동 일정은 여러 차례 미뤄졌다.

사업은 2022년 11월 중단됐다. 호주거래소는 당시 프로젝트 비용 약 2억4500만~2억5500만 호주달러(약 2200억~2300억원)를 손상 처리했다.

이후 호주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교체 계획을 접고 새 체스 교체안을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청산 기능을 담은 1단계는 2026년 4월 20일 가동됐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는 2024년 8월 호주거래소를 상대로 민사 제재 절차를 제기했다. 쟁점은 호주거래소가 2022년 2월 10일 시장에 체스 교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023년 4월 가동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밝힌 대목이었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는 해당 발표가 합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호주거래소는 2026년 6월 이 문구가 오해를 부른 행위였다고 인정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7월 3일 호주거래소에 벌금 2050만 호주달러(약 185억원)와 호주증권투자위원회 비용 300만 호주달러(약 27억원) 지급을 명령했다. 규제기관이 법인을 상대로 진행한 사건은 이 결정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이번 절차는 규제기관 제재와 성격이 다르다. 주주가 회사의 이름으로 전직 경영진을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는 구조로, 법원은 신청인이 선의로 행동하는지, 회사 이익에 부합하는지, 재판에서 다툴 중대한 쟁점이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핵심 금융 인프라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비용과 일정뿐 아니라 공시 책임, 이사회 감독 책임까지 함께 시험대에 올렸다. 호주거래소는 계속공시 의무에 따라 추가 전개가 있으면 시장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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