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달러 지분 거래, 미 AI 칩 승인 논란과 맞물렸다

| 김하린 기자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WLFI)의 5억달러(약 7075억원) 규모 UAE계 지분 거래가 미국 정치권의 AI 칩 수출 통제 논란으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 외국 자본 유입, 엔비디아($NVDA) 첨단 반도체 수출 승인이 같은 시간 축에 놓이면서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부다비계 투자주체 Aryam Investment 1이 2025년 1월 16일 WLFI 지분 49%를 5억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첫 2억5000만달러(약 3538억원) 가운데 1억8700만달러(약 2646억원)는 트럼프 가족 관련 법인으로, 3100만달러(약 439억원)는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가족 관련 법인으로 배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거래의 배후로 거론된 인물은 셰이크 타훈 빈 자이드 알 나하얀(Sheikh Tahnoon bin Zayed Al Nahyan)이다. 그는 UAE 왕실 인사이자 아부다비 AI 기업 G42와 연결된 투자자로 지목됐다. G42는 과거 화웨이(Huawei) 등 중국 기술기업과의 관계로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감시를 받아온 기업이다.

논란의 초점은 WLFI가 중국 AI 기업에 직접 투자했다는 내용이 아니다. 확인된 연결고리는 G42의 과거 중국 기술기업 관련성, UAE계 자금의 WLFI 유입, 이후 미국의 UAE향 AI 칩 수출 완화가 시간상 맞물렸다는 점이다.

로이터(Reuters)는 미국과 UAE가 2025년 5월 기술 프레임워크 합의를 마쳤고, UAE가 2025년부터 연간 50만개의 엔비디아 최첨단 AI 칩을 들여올 수 있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이 합의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막아온 미국 정책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설명도 붙었다.

미 상무부는 2025년 11월 19일 G42와 사우디아라비아 Humain에 대한 고급 미국 반도체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승인 물량은 엔비디아 Blackwell 칩 3만5000개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상무부는 보안과 보고 요건을 전제로 한 승인이라고 설명했다.

AI 칩 수출 통제는 첨단 반도체가 제3국을 거쳐 중국으로 우회 이전될 가능성을 막기 위한 미국의 핵심 기술 규제다. 중동 국부자본과 AI 인프라 투자가 커질수록 미국 정부는 투자 유치와 기술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는다.

미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2026년 2월 13일 재무부에 WLFI 49% 지분 거래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 대상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미국 상원의원과 앤디 김(Andy Kim) 미국 상원의원은 이 거래가 국가안보상 우려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투자나 인수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는 미국 정부 기구다. 통상 민감 기술, 핵심 인프라, 개인정보와 관련된 거래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된다. 이번 사안에서는 암호화폐 기업 지분 거래가 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맞물릴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WLFI의 수익 구조도 논란을 키웠다. 로이터는 2025년 3월 31일 트럼프 가족이 WLFI의 통제권을 쥐었고, 토큰 판매 순수익의 75%와 사업 운영 수익의 60%를 가져가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는 이 구조가 탈중앙금융 업계 기준으로도 이례적으로 중앙집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구조상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토큰 판매와 운영 수익 배분이 투자자 신뢰와 직결된다. 특히 정치권 인사와 가족이 수익 구조에 연결된 경우 외국 자금 유입은 단순 투자보다 정책 영향력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백악관과 WLFI는 정책 결정과 지분 거래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WSJ 보도와 그에 대한 인용에서 백악관은 대통령의 개입과 이해충돌을 부인했고, WLFI 측도 거래가 정책 결정이나 칩 수출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미국 정치 리스크가 암호화폐와 AI 반도체 공급망으로 동시에 번지는 사례다. 본지는 앞서 백악관의 폐쇄형 프런티어 AI 중심 자발적 사전 검토 추진을 전한 바 있다. 미국의 AI 규제와 수출 통제 방향은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정치 이벤트에 민감한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사안은 법적 결론이 아니라 의회가 문제 삼은 이해충돌 의혹과 국가안보 검토 요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확인된 절차는 민주당 의원들의 CFIUS 검토 요청과 상무부의 조건부 수출 승인이다. WLFI를 둘러싼 논쟁은 암호화폐 규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대통령 가족 사업의 경계 문제로 확대됐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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