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이 대법원 판결 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을 받았지만,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은 회사별로 엇갈렸다. 환급금이 기업 실적에는 반영됐지만 현금 환불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는 제한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미 연방대법원은 2026년 2월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환급 절차를 열었고, 미국 정부는 7월 말까지 약 1000억 달러(약 141조2000억원)를 기업들에 돌려줬다고 ABC뉴스는 법원 제출 문건을 근거로 보도했다.
IEEPA는 국가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경제 제재와 거래 제한 권한을 주는 법이다. 이번 판결은 이 법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었고, 판결 이후 이미 걷힌 관세를 돌려주는 절차가 쟁점으로 옮겨갔다.
CBP는 4월 20일 IEEPA 환급 신청 포털인 CAPE를 열었다. CBP 안내는 환급 신청 절차를 설명했고, 미 경제분석국(BEA)은 이런 환급을 일회성 자본이전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앞서 본지가 전한 미 행정부의 1000억 달러 관세 환급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당시에는 환급 규모와 집행 방식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법원 제출 문건과 기업 공시가 나오면서 환급의 실제 흐름이 드러났다.
소비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돈을 돌리겠다고 밝힌 쪽은 물류·운송업체다. AP통신은 해외 구매 과정에서 운송사가 관세를 대신 납부한 경우 페덱스(FedEx), UPS, DHL 등이 고객에게 환급을 시작했지만, 대형 유통사는 관세 부담이 가격과 상품 구성에 섞여 직접 환불이 드물다고 전했다.
페덱스는 가장 직접적인 환급 방식을 택했다. 회사는 자체 안내문에서 IEEPA 관세 환급이 처리 중이며, 고객이 배송번호로 환급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포털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페덱스는 환급금을 받는 대로 고객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페덱스는 5월 31일 기준 약 8억 달러(약 1조1296억원)의 현금 환급을 받았고, 이 가운데 7억4900만 달러(약 1조578억원)를 고객 환급 의무로 잡았다. 이 내용은 회사의 공시에 반영됐다.
아마존($AMZN)은 2분기에 6억 달러(약 8472억원)의 관세 환급을 받았다. 회사는 특정 수입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된 사실을 추적할 수 있는 제한된 경우에는 자동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의 환급금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데 쓰겠다는 입장이다.
AP통신은 아마존이 다수 상품에서 직접 수입 신고자가 아니며, 일부 관세 비용은 회사가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방식은 환급금 전체를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배분하기보다, 비용 구조와 가격 정책 안에서 처리하는 쪽에 가깝다.
타깃(Target)은 9억9400만 달러(약 1조4035억원)의 세전 환급을 반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환급이 타깃의 2분기 순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도했다. 다만 타깃은 별도 현금 환불보다 가격 인하와 경쟁력 회복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다.
나이키(Nike)는 환급을 받았거나 추가 수취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거론됐지만, 소비자에게 돌려줄 의무를 둘러싼 소송에 휘말렸다. AP통신은 코스트코(Costco), 나이키, 아마존, 월마트(Walmart) 등을 상대로 80건이 넘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소송의 쟁점은 소비자가 낸 가격 인상분이 관세 때문이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지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미 상원의원은 8월 7일 애플(Apple), 아마존, 나이키, 타깃, 월마트 등 기업에 서한을 보내 환급 규모와 소비자 환원 계획을 요구했다. 워런 의원은 서한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실은 8월 4일 기준 기업들이 최소 1000억 달러(약 141조2000억원)의 관세 환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관세 환급은 미국 재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의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 전망치가 관세 환급 영향으로 2조1000억 달러로 높아졌다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기업 환급과 소비자 환불 논쟁은 개별 기업의 고객 대응을 넘어 세입 감소와 재정 전망으로도 이어진다.
한국 소비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해외 직구와 글로벌 유통 가격의 문제로 연결된다. 직접 관세를 낸 배송 건은 운송사를 통해 환급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대형 플랫폼이나 유통사가 가격에 반영한 관세 비용은 소비자가 개별 환급을 받기 어렵다. 환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관세를 실제로 누가 냈고, 환급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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