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산 1호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했다

| 서지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 대산 1호 사업재편 관련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국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20일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추진한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합병존속법인인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구조다.

결합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다.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 세운 회사로, 기존 지분율은 HD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였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충남 대산 산업단지에 있는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와 HD현대케미칼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기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은 통합 운영 절차를 밟게 된다. 신고 대상은 HD현대케미칼과 롯데대산석화의 합병, 롯데케미칼의 HD현대케미칼 주식 추가 취득이다.

공정위가 문제로 본 시장은 LDPE와 EVA다. LDPE는 에틸렌을 중합해 생산하는 합성수지로 농업용 필름, 식품 용기, 전선 피복, 종이컵 코팅 등에 쓰인다. EVA는 에틸렌과 비닐 아세테이트 단량체를 중합해 생산하는 합성수지로 신발 밑창, 태양전지 필름, 요가 매트 등에 사용된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이 두 품목의 국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 △공급 유지 의무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인사 제한 등을 시정조치로 부과했다.

결합 자체는 허용하되 통합법인이 가격과 공급 조건을 통해 국내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둔 것이다. 경쟁당국이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품목 시장의 경쟁 여건은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기업결합 승인은 인수·합병이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지 경쟁당국이 심사하는 절차다. 본계약 체결만으로 거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며 당국의 승인을 비롯한 종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도 사업재편 승인과 공정위 심사가 함께 맞물린 사례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2월 25일 대산 1호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의 NCC 설비 110만톤 가동중단과 금융·세제·원가 등 2조1000억원 이상 지원 패키지를 함께 제시했다.

대산 1호는 정부가 추진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의 첫 사업재편 승인 사례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공급 과잉 부담 속에서 생산설비 효율화와 원가 절감이 산업 재편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다만 사업재편이 곧바로 경쟁 제한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국내 수요처가 가격 인상이나 공급 축소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사후 조건을 붙였다.

통합 운영 대상 설비는 기초 유분과 합성수지 생산의 출발점인 NCC와 후방 석유화학제품 시설이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원료를 만드는 설비로, 하류 제품 가격과 공급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LDPE와 EVA는 포장재, 전선, 태양광, 생활용품 등 여러 산업에 쓰이는 소재다. 특정 사업자의 공급 비중이 커지면 제품별 수요처와 가공업체는 가격 조건 변화에 민감해질 수 있다.

통합법인인 HD현대케미칼은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추진한다. 세부 방안은 추후 공정위와 협의해 발표된다.

공정위는 앞으로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석유화학 기업결합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승인 이후에도 가격·공급·정보교환 관련 조건 이행이 핵심 관리 대상이 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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