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송전망 재구성 승인, 혼잡비 최대 614억원 절감 추정

| 이준한 기자

미국 전력망 병목을 발전기 출력 재배분이 아니라 송전망 스위치와 차단기 조정으로 줄이는 방안이 제도권에 들어왔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19일 사우스웨스트파워풀(Southwest Power Pool·SPP)의 경제적 토폴로지 최적화 도입안을 승인했다.

SPP는 5월 21일 경제적 토폴로지 최적화를 위한 개정안을 제출하고, 관련 절차를 오픈액세스 송전요금표(OATT)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유틸리티다이브는 이번 승인이 발전기 출력 재배분보다 낮은 비용으로 송전망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운영 절차를 제도화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토폴로지 최적화는 송전망의 연결 구조를 바꿔 전력 흐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전력망 혼잡이 발생하면 계통 운영자는 통상 발전기 출력 재배분이나 출력 제한으로 대응하지만, 이 방식은 차단기와 스위치 상태를 바꿔 병목 구간을 우회하도록 한다.

핵심은 새 송전선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설비를 더 정밀하게 운영하는 데 있다. 운영 소프트웨어와 절차를 활용하는 기법인 만큼 설비 증설보다 빠르게 적용될 수 있지만, 실제 실행은 계통 신뢰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SPP 안에서는 시장참여자와 SPP가 모두 재구성안을 제안할 수 있다. 다만 제안이 들어오면 SPP가 도매시장 전체에 이익을 주는지 분석하고, 계통 신뢰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정한다.

SPP가 인용한 뉴그리드(NewGrid)·SPP·브래틀그룹(Brattle Group) 연구는 분석 대상 제약의 75%에서 기존 운영 한계를 제거할 수 있다고 봤다. 연간 혼잡 비용 절감 효과는 1,800만~4,400만 달러(약 251억~614억원)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실제 절감 실적이 아니라 모델 기반 추정치다. 재구성안 승인 건수, 계통 운영자의 판단, 시장 상황에 따라 절감 폭은 연구 수치와 달라질 수 있다.

혼잡 비용 부담은 이미 커진 상태다. 에버지(Evergy), 에넬 노스아메리카(Enel North America), EDF 파워솔루션스(EDF Power Solutions)는 FERC 제출 문서에서 SPP의 최근 3년 평균 혼잡 비용이 연 16억 달러(약 2조2320억원)라고 밝혔다.

SPP에서는 2025년 평균 1,382MW의 풍력·태양광 출력 제한도 제시됐다. 송전망 병목이 심해지면 발전 가능한 전력이 있어도 계통 제약 때문에 출력을 줄여야 하는 만큼, 운영 방식 개선은 재생에너지 이용률과도 연결된다.

SPP는 아칸소, 아이오와, 캔자스, 루이지애나, 미네소타, 미주리, 몬태나, 네브래스카,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와이오밍 등 14개 주 일부 송전망을 관리한다. FERC는 SPP가 2004년 지역송전기구(RTO) 지위를 얻었고, 2014년 통합 전력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사 제도를 먼저 적용한 미드컨티넨트 독립계통운영자(MISO)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제시됐다. MISO는 2024년부터 경제적 토폴로지 재구성을 사용했고, 8월 18일 신뢰성소위원회 자료에서 올해 누적 시장 편익을 9,500만 달러(약 1325억원)로 공개했다.

업계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어드밴스트에너지유나이티드(Advanced Energy United)는 FERC 전자도서관 제출 문서에서 SPP의 5월 21일 제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와트연합(WATT Coalition)은 토폴로지 최적화를 기존 송전망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계통 고도화 기술의 한 축으로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송전선 건설 지연과 지역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망 활용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주디 창(Judy Chang) FERC 위원과 데이비드 로스너(David Rosner) FERC 위원은 별도 의견에서 다른 계통 운영자도 유사 접근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는 토폴로지 최적화가 단일 권역 실험을 넘어 미국 전력망 운영 정책의 검토 대상이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송전망 확충 지연이 전기요금과 전력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본지는 앞서 미국 에너지부가 국가중요 송전 회랑 3곳의 지정을 중단한 결정을 전하면서 송전망 병목 해소가 전력 다소비 업종의 입지와 운영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절감 효과는 운영 조건에 좌우된다. 재구성안은 시장 전체 편익과 신뢰성 검증을 통과해야 하며, 운영자가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실행 건수와 절감 폭은 연구 수치보다 줄어들 수 있다. ERCOT은 SPP 설명 기준 내년 초 토폴로지 최적화 메커니즘을 도입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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