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99% 2차 시장 신원확인 논쟁

| 강이안 기자

미국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고객 신원확인 의무를 발행사 직접 거래에서 거래소와 수탁사 등 2차 시장으로 넓히자고 요구했다.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대부분이 발행사 바깥에서 이뤄지는 만큼, 발행사만 규율해서는 자금세탁과 제재 회피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6월 22일 관보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통화감독청(OCC),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국신용협동조합청(NCUA)은 지니어스법(GENIUS Act) 이행을 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고객 신원확인 규정안을 실었다. 이 규정안은 허가된 결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비밀법상 금융기관으로 보고, 계좌 보유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고객확인프로그램(CIP)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쟁점은 고객확인 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느냐다. 규정안은 1차 시장과 2차 시장을 나눠 정의했다. 1차 시장은 발행사가 발행, 전환, 상환, 재매입, 소각, 재발행 등을 통해 이용자와 직접 관계를 맺는 구간이다.

2차 시장은 발행사가 스마트계약 외에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구간으로 설명됐다. 거래소 매매, 셀프 커스터디 월렛 전송, 개인 간 전송이 여기에 들어간다. 개인 이용자가 거래소나 지갑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사고파는 일반적 유통 구조가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

FinCEN은 관보 문서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 활동의 약 99%가 2차 시장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다만 발행사가 2차 시장 고객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온체인 거래에서는 신원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남는 경우가 많고, 오프체인 거래에서는 거래소가 고객 정보를 갖고 있어도 발행사와 공유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규정안은 고객확인프로그램을 1차 시장의 직접 고객 관계에 한정했다. 발행사가 직접 계좌를 만들거나 상환·발행 과정에서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는 구간에 의무를 붙이고, 발행사가 당사자가 아닌 거래까지 포괄하지는 않은 것이다.

미국은행협회(ABA)는 이 설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ABA는 의견서에서 1차 시장과 2차 시장 모두에서 불법 금융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며, 거래소와 다른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도 동등한 규제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뱅크폴리시인스티튜트(BPI)와 더클리어링하우스(The Clearing House)도 별도 의견에서 현 제안이 거래소, 수탁사, 디지털자산 서비스업자, 탈중앙화 시장 참여자에 규제 공백을 남긴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발행사만 고객확인 의무를 지면 실제 유통 구간의 위험이 제도 밖에 남는다고 보는 셈이다.

은행권 요구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유통 구조가 있다. 발행사는 대형 기관이나 거래소와 직접 거래하고, 개인 이용자는 거래소나 지갑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에서는 2차 시장 중개자가 고객을 확인하지 않으면 발행사 규율만으로는 거래 상대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결제와 송금, 거래소 내 대기 자금, 디파이(DeFi) 담보 등 여러 용도로 쓰인다. 이 때문에 발행사 규제뿐 아니라 유통 과정의 고객확인과 제재 이행 범위가 각국 규제 논의의 핵심으로 올라와 있다.

미국의 논쟁은 스테이블코인 보상 규제와 시장구조 법안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보상, 발행, 유통, 고객확인을 각각 어떤 금융 규제 틀에 넣을지가 최종 적용 범위를 가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크립토 업계의 반응은 갈렸다. 앵커리지디지털(Anchorage Digital)은 지니어스법 이행을 위한 자금세탁방지·제재 틀을 대체로 지지하면서도 2차 시장 제재 책임은 더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를 반대하기보다 적용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정책센터와 패러다임은 2차 시장 의무가 퍼미션리스 인프라와 디파이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규정 수정을 요구했다. 중개자 없는 프로토콜이나 자체 보관 지갑까지 은행식 고객확인 틀로 다루면 기술 구조와 맞지 않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쟁점은 단순한 해외 규제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투자자와 거래소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거래·보관·전송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고, 해외 발행사와 국내 사업자 사이의 고객확인 책임 분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번 제안은 미국 제도에 관한 것으로, 국내 의무가 곧바로 바뀐다는 뜻은 아니다.

의견 수렴은 8월 21일 마감됐다. 현재 확정된 것은 은행권이 2차 시장까지 신원확인 책임을 넓히자고 요구했고, FinCEN은 발행사의 직접 수집 한계를 이유로 규정안을 좁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최종 규정에서 거래소와 수탁사, 탈중앙화 참여자가 어디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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