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제재 처분의 법적 취약점을 줄이기 위해 외부 금융법 전문가 포럼을 가동했다. 법원에서 제재가 뒤집히는 사례가 늘자 입법과 처분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강화하려는 조치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자본시장연구원·금융연구원·보험연구원과 함께 '금융법 연구 포럼'을 출범시켰다고 연합인포맥스는 보도했다. 포럼은 지난 18일 첫 비공개 회의를 열었고, 연구계·학계·법조계 금융법 전문가들이 매달 모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회의에는 권 부위원장과 금융정책과장, 자본시장과장, 보험과장 등 금융위 주무 과장들이 참석했다. 향후 회의에도 논의 주제를 맡은 국·과장급 실무진이 참여할 계획이다.
포럼은 매달 '금융당국 현안'과 '중장기 연구과제' 두 안건을 다룬다. 연구기관 주도의 연구모임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금융위 현안에 특화된 외부 자문단 성격이 강하다.
핵심은 금융위 처분의 적법성 점검이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법안이나 정책을 포럼 안건으로 올리면 담당 실무진과 외부 전문가가 함께 법적 쟁점을 검토한다.
운영 방식도 사안별로 나뉜다. 큰 제도 개편은 월례 포럼에서 논의하고, 개별 쟁점은 관련 전문가를 별도로 불러 의견을 듣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증시 긴급조치권'이 거론된다. 당국은 수익자총회 없이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레버리지 배율을 한시적으로 조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도 논의의 배경이다. 다만 이미 약정된 ETF 수익구조를 당국이 사후에 바꾸면 기존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운용사와 투자자가 합의한 운용 방식을 행정권으로 변경한다는 점에서는 계약의 자유 제한 논란도 제기된다. 금융위가 사전 법률 검토를 강화하려는 이유도 이 같은 사후 분쟁 가능성에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서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한 금융회사와 임원이 제기한 행정소송 신규 접수 건수는 2022년 23건에서 2025년 45건으로 늘었다. 제재 취소 등에 따른 과징금 환급액은 2022년 1억800만원에서 2025년 7억8900만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1~5월에는 35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금융규제는 법 제도로 귀결되는 만큼 입법 단계에서부터 법제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며 "감독당국의 처분이 법원에서 번복된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는 사후 검토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분 전 검토와 패소 후 복기를 함께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내부 법률 검토 인력의 한계도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위에는 주요 제재안 검토와 심의를 지원하는 비공식 조직인 심의지원팀이 있지만, 법률 검토를 맡는 변호사는 사실상 세 명 정도로 알려졌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기준 자문위원 92명이 참여하는 금융감독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 안팎에서 금감원에 비해 자문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보험을 예로 들면 금융위의 보험과는 과장 한 명과 사무관 네 명 정도인데 금감원에선 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100명이 넘는다"며 "권 부위원장이 전문가들에게 '합헌적 제도와 합법적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금융위 소수 인력만으로는 정책들과 제재안을 검증하기 벅차다 보니 이번에 풀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며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채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은 앞으로 매달 금융당국 현안과 중장기 연구과제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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