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Hyperliquid Policy Center·HPC)가 미국 규제당국에 만기 없는 무기한계약의 분류 기준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핵심 쟁점은 주식형 무기한계약을 미국 법상 증권선물로 볼 수 있느냐다.
HPC는 24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무기한계약의 관할 기준을 조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BTC), 원유, 단일 주식처럼 기초자산이 달라도 계약 구조와 거래 방식이 같다면 같은 상품 분류 원칙을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기한계약은 고정 만기일이 없는 파생상품이다. 전통 선물은 만기일에 기초자산 가격과 계약 가격이 수렴하도록 설계되지만, 무기한계약은 정기적으로 오가는 펀딩비를 통해 현물 가격과의 괴리를 조정한다.
CFTC는 5월 29일 칼시EX(KalshiEX)의 비트코인 무기한계약 BTCPERP를 선물계약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같은 날 정책성명에서는 비트코인 외 자산군의 무기한계약은 규정 40.3 절차에 따라 개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EC와 CFTC도 6월 18일 공동 요청문을 내고 스와프, 증권기반 스와프, 혼합 스와프, 신규 상품, 관할 문제에 대한 공개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두 기관이 파생상품 정의와 관할 경계를 다시 맞추는 절차를 연 셈이다. 이번 HPC 의견은 그 절차에 제출된 답변이다.
HPC의 논리는 만기보다 경제적 기능에 무게를 둔다. HPC는 무기한계약이 표준화된 조건, 대체 가능한 계약, 미래 가격 노출, 반대 포지션을 통한 청산 가능성 등 선물계약의 전통적 특징을 갖는다고 봤다.
고정 만기가 없다는 점만으로 선물계약 분류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HPC의 주장이다. 펀딩비가 현물 가격과 계약 가격의 수렴 기능을 계속 수행하므로 만기 있는 선물과 경제적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론도 있다. CFTC는 무기한 구조가 모든 자산군에 맞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마이클 셀리그(Michael S. Selig) CFTC 위원장은 5월 29일 성명에서 무기한계약을 만기가 없고 24시간 거래되며 펀딩비로 가격 평형을 맞추는 파생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셀리그 위원장은 농산물처럼 물리적 인도와 제한된 거래시간에 맞춰진 전통 상품군에는 같은 방식을 일률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기한계약의 구조를 인정하더라도 자산군별 시장 특성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따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HPC는 21일 발표한 연구에서도 무기한선물이 만기 있는 선물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205주간의 비트코인 주말 거래와 19주간의 온체인 원유 무기한 사례를 비교했다.
연구는 2026년 4월 기준 1000만 달러(약 138억원) 익스포저를 기준으로 월요일 롤오버 비용이 약 95만 달러(약 13억원), 금요일 같은 거래 비용이 약 11만 달러(약 2억원)였다고 적었다. 주말 동안 전통 선물시장이 닫히는 구조가 헤지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연구는 2026년 3월 6일 주말 WTI 가격이 15.8% 갭을 보인 사례도 제시했다. HPC는 1000만 달러 익스포저 기준 손실이 무기한계약 사용 시 약 158만 달러(약 22억원)에서 약 6만2000달러(약 8600만원) 수준으로 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HPC 연구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국내 독자에게 이 사안은 하이퍼리퀴드(HYPE) 같은 온체인 파생상품 플랫폼의 미국 진입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만기 없는 계약을 핵심 상품으로 내세운 퍼블릭 블록체인·탈중앙화 거래소다.
본지는 앞서 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가 주식 연계 무기한계약의 증권선물 분류를 요구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SKHX가 실제 SK하이닉스 주식이나 ADR을 보유하는 상품이 아니라 가격 변동분을 정산하는 무기한선물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절차가 곧바로 주식형 무기한계약 승인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CFTC의 5월 승인은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참조하는 BTCPERP에 한정됐다. SEC와 CFTC의 6월 절차도 최종 규칙이 아니라 공개 의견수렴이다.
현재 확인된 다음 단계는 두 기관의 파생상품 정의 조율 절차와 비대상 자산에 대한 개별 심사다. 주식형 무기한계약이 증권선물로 분류될지는 SEC와 CFTC의 후속 판단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