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6개 주 검찰총장 연합이 빅4 회계법인에 기후 공시 확대 활동과 관련한 내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회계법인이 기후 공시 확대를 지지하는 것이 감사인의 독립성과 객관성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마이크 힐거스(Mike Hilgers) 네브래스카주 검찰총장은 24일 발표문에서 텍사스·알래스카·플로리다와 함께 딜로이트(Deloitte), EY,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알라배마, 아칸소, 아이다호, 아이오와, 미시시피, 몬태나,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도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총장들은 빅4가 기후 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TCFD),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넷제로 금융서비스제공자연합(NZFSPA)과 관련한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약속이 감사 업무의 '중요성, 중립성, 오류 회피'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회계법인이 기후 관련 공시와 검증 서비스에서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기후 공시 확대를 지지하는 활동과 관련 서비스 제공이 함께 이뤄질 경우 이해상충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요구 범위는 2020년 이후 내부 정책, 교육자료, 감사 관련 지침, 주·지방정부 계약서, 관련 커뮤니케이션까지 포함한다. 이번 조치는 질의와 자료 요구 단계이며, 제재나 소송이 제기됐다는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힐거스 검찰총장은 발표문에서 "빅4의 기후 약속은 고객에게 부담스러운 기후 관련 공시를 강제하고, 서비스 비용을 높이며, 농민과 소기업에 과도한 요건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이 식품, 에너지, 생활 필수품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 공시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기후 관련 위험, 전환 비용 등을 투자자와 규제기관에 알리는 절차를 말한다. 회계법인은 통상 재무제표 감사와 검증 업무를 맡기 때문에, 공시 기준 확대 논의에서 독립성 논란이 함께 따라붙는다.
연방 규제 환경은 바뀌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3월 27일 기후 공시 규정 방어를 중단하기로 표결했다. SEC는 2026년 5월 29일 해당 규정 폐지안을 제안했지만, 공식 상태는 최종 폐지가 아니라 제안 단계다.
반대 흐름도 있다. 롭 본타(Rob Bonta)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8월 5일 SEC의 기후 공시 규정 철회에 반대하며 철회가 투자자를 "어둠 속에" 두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위험 공시가 연금과 퇴직계좌를 포함한 투자 판단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내 논쟁은 반ESG 주정부 움직임과 기후 위험 공시를 중시하는 주정부의 충돌로 번지고 있다. 한쪽은 기후 공시 확대가 비용 부담과 정치적 의제화를 부른다고 보고, 다른 한쪽은 기후 위험 정보가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맞선다.
연방 규제가 후퇴해도 실무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대형·상장 기업에 사회·환경 위험과 기업 활동의 영향을 정기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첫 적용 대상 기업은 2024 회계연도부터 새 규칙을 적용해 2025년에 보고서를 냈다.
캘리포니아도 SB 253과 SB 261을 통해 일정 매출 이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관련 재무위험 보고를 요구한다. SB 253은 캘리포니아에서 영업하는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초과 법인, SB 261은 연매출 5억 달러(약 6900억원) 초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연방 규정 하나만 보고 공시 부담을 판단하기 어렵다. EU와 캘리포니아 규정이 별도로 작동하는 만큼, 여러 시장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회계·감사·내부통제 체계를 각각의 기준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이번 서한은 기후 공시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규제기관과 기업을 넘어 회계법인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6개 주 검찰총장 연합은 빅4에 2020년 이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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