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국채 보관과 담보 활용 절차를 담은 영문 가이드를 발간했다. 올해 4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이후 외국인 보유 국채를 금융거래에 활용하려는 수요에 대응한 조치다.
예탁원은 31일 이번 가이드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국채 투자 확대와 보유 국채 활용 수요 증가에 맞춰 마련됐다고 밝혔다. 가이드는 국내 관련 제도, 국채 보관·활용 절차, 주요 서비스 안내사항을 담았다.
핵심은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단순 보유 자산으로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증권대차(SLB), 환매조건부매매(Repo), 장외파생상품 증거금 거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무 절차를 정리했다는 점이다. 증권 파이낸싱은 보유 증권을 담보나 대차 자산으로 활용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거래를 말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통상 국채를 매입한 뒤 보관기관과 결제 인프라를 거쳐 권리를 관리한다. 이번 가이드는 보유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빌려주는 과정에서 필요한 국내 제도와 서비스 절차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의 원화 국제화 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원화 국제화 로드맵에서 외국인 보유 원화 채권의 활용도를 높이고 원화 자산 투자 유인을 확대하기 위해 국채 등의 역내 담보 활용 제고와 역외 대차거래 허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드맵에는 ‘비거주자의 국채담보 활용지원을 위한 영문 가이드 작성·배포’도 예탁원 추진 과제로 명시됐다. 예탁원의 이번 발간은 세계국채지수 편입 이후 국채 보유 확대와 활용 절차 정비를 함께 추진하는 흐름에 놓여 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은 외국인 국채 투자 확대의 직접 배경이다. 정부는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올해 4월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해 왔다.
정부는 4월 15일 ‘WGBI 상시 점검 및 투자유치 추진단’ 회의에서 3월 30일부터 4월 13일까지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가 체결 기준 7조7000억원, 결제 기준 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수 편입 이후 초기 외국인 수급을 점검하는 차원의 수치다.
국채가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채권 자금이 한국 국채를 편입 대상으로 검토하게 된다. 다만 실제 자금 유입 규모와 속도는 지수 반영 일정, 환헤지 비용, 국채 유동성, 결제·보관 편의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 보유 국채의 담보 활용이 늘면 담보 운용과 유동성 관리 방식이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실제 효과는 거래 규모와 참가자 이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담보 가치 평가, 환율 변동, 거래 상대방 위험, 결제 안정성은 함께 관리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 크립토 시장에서 이 사안은 토큰화 국채와 실물자산(RWA)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토큰화 미국 국채 상품의 온체인 시가총액이 2026년 5월 처음 150억달러(약 22조원)를 넘어선 흐름을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예탁원 가이드는 온체인 상품 출시가 아니다.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국채를 기존 금융시장 안에서 담보와 대차거래에 활용하는 절차 안내에 가깝다.
정부의 원화 국제화 로드맵에는 디지털 자산 결제 인프라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거래 근거를 마련하고, 한국은행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 시범사업을 내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예탁원은 “금번 가이드 발간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금융거래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향후 한국 국채의 활용도와 투자 편의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효과는 거래 절차 적용과 시장 참가자 이용 규모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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