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디지털 화폐로 받은 상품·서비스 대가를 부가가치세(VAT) 신고 때 디르함(AED)으로 환산하는 기준을 정했다. 세율을 새로 올리거나 별도의 가상자산세를 도입한 조치가 아니라, 납세자가 신고 가액을 계산하는 방식을 통일한 규정이다.
UAE 연방세무청(FTA)은 2026년 7월 14일자 ‘2026년 조세거래 지침 제3호’에서 과세사업자가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거나 상품·서비스 대가를 디지털 화폐로 받는 경우 해당 가치를 AED로 바꿔 VAT 신고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FTA 법령 페이지에는 이 지침이 2026년 7월 17일 게시됐다.
핵심은 거래 플랫폼 3곳의 평균 환율을 쓰는 방식이다. 납세자는 FTA가 공개한 중앙화 디지털 화폐 거래 플랫폼 목록에서 3곳을 선택해야 하며, 같은 회계연도에는 선택한 3곳을 모든 거래에 계속 써야 한다.
환산 기준은 공급 시점 또는 대가 수령 시점의 환율이다. 납세자는 선택한 3개 플랫폼에서 확인한 환율의 산술평균으로 AED 가액을 계산해 신고에 반영한다.
공식 지침에 오른 플랫폼은 Binance FZE, Bybit Fintech FZE, Deribit FZE, Bitget, Payward FZCO 등 5곳이다. 납세자는 각 플랫폼에서 확보한 환율을 입증하는 기록을 보관해야 하며, 기존 장부 보관 의무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지침은 UAE의 VAT 세율을 바꾸지 않는다. UAE 재무부는 VAT가 2018년 1월 1일 5% 세율로 도입됐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그 세율을 적용하기 전 디지털 화폐 결제분을 어떤 환율로 AED 환산할지 정한 절차다.
VAT는 상품과 서비스 거래 단계마다 붙는 간접세다. 현금이나 카드 결제와 달리 디지털 화폐 결제는 거래 시점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법정통화 가액을 산정해야 해 신고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기준은 그런 공백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사업자마다 다른 거래소 시세를 골라 쓰면 같은 거래라도 신고 가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FTA는 지정 플랫폼 3곳을 연중 고정해 평균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
UAE에서는 결제와 정산 영역에서 디지털자산 활용 사례가 이어져 왔다. 본지가 앞서 전한 두바이듀티프리 암호화폐 결제 사례에서도 UAE 규제권 결제 구조는 가상자산 보유보다 결제 승인과 정산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무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크로우 UAE(Crowe UAE)는 기업이 3개 플랫폼 선택, 연중 고정 사용, 평균 환율 계산, 문서 보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는 회계·전사적자원관리(ERP)·세무 문서 통제 과정에서 거래 시점별 환율 스냅샷을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화폐 결제가 반복되는 사업자는 거래 기록과 세무 신고 자료를 연결하는 내부 절차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오리퍼 택스(Aurifer Tax)는 이번 지침을 2018년 VAT 도입 이후 남아 있던 디지털 화폐 환산의 운영 공백을 메우는 첫 공식 기준으로 평가했다. 세무 처리 기준이 명확해지면 사업자와 과세당국 간 해석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유동성이 낮거나 상장 범위가 좁은 토큰은 선택한 3개 플랫폼에서 환율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플랫폼 3곳의 시세를 모두 구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토큰별 상장 여부와 거래량이 실제 신고 업무의 변수가 된다.
FTA는 3개 플랫폼에서 환율을 찾을 수 없는 경우의 절차를 별도 공지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문서에는 2026년 7월 14일 발행일과 관보 게재 문구가 확인되며, 별도 시행일은 명시돼 있지 않다.
국내 사업자와 투자자에게도 이번 지침은 UAE 시장에서 디지털 화폐 결제가 세무상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UAE에서 상품·서비스 대가를 디지털 화폐로 받는 사업자는 결제 편의성뿐 아니라 신고 환산 기준과 증빙 보관 의무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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