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O)이 조각투자에서 채권·펀드·비상장주식 등 전통 금융상품으로 확대된다. 관련 제도는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서 단계별 토큰화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보고 발행·공시·유통 규정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은 하위법규 정비와 인프라 구축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1단계 대상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사모사채, 신탁 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 공모 조각투자증권이다. 금융위가 토큰증권의 적용 범위를 주식·채권·펀드로 넓히기로 한 정책 방향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토큰증권 인프라 준비가 진행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2단계에서는 시장 수요와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한 뒤 공모증권으로 토큰화 범위를 넓힌다.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해 증권 발행부터 거래·결제까지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를 추진한다. 2·3단계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도 변화에 맞춰 증권사들은 발행과 원장관리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코스콤은 키움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DB증권, iM증권,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12개사와 공동 발행 플랫폼 ‘KoSTO’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oSTO는 증권사들이 공동 인프라를 이용해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별 보유 내역과 권리 변동을 관리하는 구조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총량관리 시스템과 증권사 고객계좌 시스템을 연결해 발행과 원장관리를 지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말 주요 사업자에게 자체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채권과 MMF 등 정형증권을 포함한 통합 발행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 9월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오픈에셋과 분산원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범 발행을 진행했다. 기존 시스템과 시범 발행 경험을 토대로 제도 시행에 맞춘 자체 플랫폼 구축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넥스트레이드와 뮤직카우·스탁키퍼·투게더아트 등 조각투자 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투자자 계좌관리와 토큰증권 전환에 필요한 분산원장 제공 등 유통 인프라 역할을 맡는다.
신한투자증권은 2025년 한 해 동안 모두 10건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했다. 음악저작권과 한우, 미술품, 항공기 엔진 등 서로 다른 기초자산을 다루는 조각투자 사업자들과 계좌관리 경험을 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29일 홍콩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디지털채권을 발행했다. 3억2500만홍콩달러와 3000만달러(약 404억원)를 조달했으며 HSBC의 분산원장 플랫폼 ‘오라이언(Orion)’을 활용했다.
HSBC가 주간사를 맡았고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이 보조주간사를 맡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조각투자 계좌관리에서 채권·펀드 등 정형증권의 발행 인프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는 토큰증권을 기업 자금조달과 펀드 운용에 활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토요타파이낸스는 지난달 18일 최대 10억엔 규모의 1년 만기 공모형 토큰화 회사채 모집을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블랙록이 2024년 3월 달러와 단기국채 수익을 기반으로 한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출시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사의 경쟁력은 독자적인 블록체인 보유 여부보다 제도 요건을 충족하는 원장 운영, 정형증권의 반복 발행 및 기존 계좌·결제 시스템과의 연계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사업의 경쟁 기준이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서 금융 인프라 운영 능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발행 범위와 장외거래소 인가 대상, 거래한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 등을 담은 하위법규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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