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개혁당(Reform UK)이 암호화폐 업계 인사 2명에게서 이틀간 총 7200만파운드(약 1330억원)를 받았다. 영국 정당에 대한 개인 단일 기부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비트멕스(BitMEX) 공동창업자 벤 델로(Ben Delo)는 9월 11일 개혁당에 3600만파운드를 기부했다. 테더(USDT) 투자자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하본(Christopher Harborne)은 9월 12일 같은 금액을 추가했다.
두 기부금의 합계는 2025년 영국 정당 전체가 받은 민간 기부금 6480만파운드를 웃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개혁당이 이틀 만에 모은 금액이 영국 정당 전체의 연간 민간 기부금보다 많아지면서 거액 정치자금 논란이 커졌다.
델로는 차기 총선까지 매달 100만파운드씩 지급하려던 계획을 앞당겨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정치권의 ‘카르텔’을 깨고 공정한 경쟁을 만들기 위한 기부라고 설명했다.
하본은 개혁당의 정책이 영국 경제와 공공서비스 재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기부했다고 밝혔다. 개혁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는 두 기부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델로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를 공동 창업했다. 하본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연결된 투자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기부금이 암호화폐로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암호화폐 기부 여부보다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의 거액 정치자금 기부와 정치적 영향력을 둘러싼 논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두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영국 정당 재정에 미치는 범위가 논쟁의 중심이 됐다.
영국 정부는 외국 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 규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국민대표법’ 개정안 정책 요약에는 1만1180파운드가 넘는 기부금에 대해 수령 주체가 외국 또는 불법 자금일 가능성을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영국이나 아일랜드와 실질적 연고가 없는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다만 이번 기부금에 새 규정이 실제로 적용될지는 법안의 최종 문안과 두 기부자의 거주·유권자 등록 상태에 달려 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개인 기부자가 기부 시점에 영국 선거인명부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정치자금에 일반적인 금액 상한은 없지만, 정당은 기부자의 적격 여부를 확인하고 부적격 자금이면 반환해야 한다.
영국은 2026년 3월 25일부터 정당에 대한 암호화폐 기부를 금지했다. 정부는 암호화폐가 자금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고 외국 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부금은 암호화폐로 전달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해당 금지 조항이 직접 적용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기부자의 영국 유권자 등록 여부와 실제 자금 형태가 적격성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수 있다.
관련 법안은 9월 2일 하원 3독회를 통과했고 9월 3일 상원에 회부됐다. 영국 의회는 상원 2독회를 9월 14일 진행할 예정이다.
자유민주당은 무제한에 가까운 거액 기부가 선거를 왜곡할 수 있다며 기부금 상한을 요구했다. 개혁당은 주요 정당과 경쟁하려면 충분한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26년 1분기 자료에는 델로의 개혁당 기부금 200만파운드와 하본의 300만파운드 기부금이 확인된다. 9월에 이뤄진 3600만파운드 기부금은 해당 공개 데이터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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