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후보자는 21일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통화정책은 엄격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선출직 공직자들의 금리 관련 발언 자체는 연준 독립성을 해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시 후보자가 20일(현지시간) 사전에 제출한 모두발언문을 보면,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책무인 통화정책 운영에서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독립성이 연준의 모든 기능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이는 기준금리 결정과 같은 통화정책과, 은행 감독이나 금융결제 시스템 관리처럼 제도 운영 성격이 강한 업무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시 말해 연준이 금리 결정에서는 정치권으로부터 거리를 두되, 비통화정책 영역에서는 행정부와 의회와의 협력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금리 발언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워시 후보자는 대통령, 상원의원, 하원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금리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이 통화정책 독립성을 특별히 위협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안팎에서 제기돼 온 우려, 즉 백악관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연준의 판단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과는 결이 다르다. 대신 그는 연준의 독립성이 진짜로 흔들리는 순간은, 연준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전문성을 벗어나 재정정책이나 사회정책 같은 다른 영역으로 역할을 넓히려 할 때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본업을 좁고 선명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보수적 시각이 드러난 부분이다.
워시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연준 개혁 필요성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지금이 미국 경제와 정책 체계에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개혁 지향적인 연준이 미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사이에서 연준이 어떤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에 대한 향후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과 고금리 국면을 거치면서 연준의 정책 판단, 감독 기능, 시장과의 소통 방식까지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청문회에서는 통화정책 철학만큼이나 정치적 논란도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의장에 오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려 연준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최소 2억달러, 우리 돈 약 2천900억원 규모로 신고된 재산 내역도 쟁점이다. 보유 자산 규모 자체보다, 그가 투자한 펀드의 구체적인 투자처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충돌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인준 절차도 순탄치만은 않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민주당 전원이 반대하고 공화당에서 1명만 이탈해도 인준안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의원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둘러싼 법무부 수사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의 중앙은행 인선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 범위와 통화정책의 정치적 거리, 그리고 금융정책 개혁 방향을 둘러싼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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