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업계 정치자금이 미국 의회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거 전략’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 메릴랜드 예비선 승리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산업의 조직적 접근 방식이 효과를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6월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제5선거구 민주당 예비선에서 에이드리언 보아포(Adrian Boafo)가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총 24명의 후보가 경쟁한 혼전 양상이었으며, 퇴임하는 하원 다수대표 스테니 호이어(Steny Hoyer)의 공석을 놓고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크립토 업계 정치활동위원회(PAC) ‘프로텍트 프로그레스(Protect Progress)’는 총 550만 달러(약 851억 원)를 투입했다. 페어셰이크(Fairshake) 계열 조직인 이 PAC는 선거 초반부터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며 판세를 뒤집었다.
페어셰이크 대변인 제프 베터(Geoff Vetter)는 “초기에 과감하게 개입했고, 보아포를 5위권 후보에서 의회 입성 후보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크립토 업계의 선거 전략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보여준다. 핵심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다.
안전한 지역구의 예비선은 투표율이 낮아 수천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독립 지출이 일반 선거보다 훨씬 높은 ‘투자 대비 효과’를 낼 수 있다.
프로텍트 프로그레스는 선거 막판이 아닌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AdImpact)와 미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6월 초까지 이미 310만~450만 달러가 집행됐고, 마지막 집중 투입으로 총액이 550만 달러에 이르렀다.
추가로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 AIPAC의 ‘유나이티드 데모크러시 프로젝트’까지 합류하면서, 보아포를 지원한 외부 자금은 총 1,000만~1,100만 달러(약 1,547억~1,702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광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흥미로운 점은 광고 메시지였다. 대부분 광고는 크립토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웨스 무어(Wes Moore) 주지사, 앤절라 알스브룩스 상원의원, 스테니 호이어 등의 지지를 강조했다. 자금 출처와 메시지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이 활용된 셈이다.
이번 메릴랜드 사례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더 큰 흐름의 일부다. 크립토 업계는 법안 표결 이전부터 ‘우호적 표’를 확보하는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다.
페어셰이크와 연계 PAC는 2026년 선거를 위해 이미 1억8890만 달러(약 2,922억 원)를 모금했다. 이는 2024년 전체 지출액 3억594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을 조기에 확보한 수준이다.
같은 날, 페어셰이크는 뉴욕 제15선거구에서 리치 토레스(Ritchie Torres) 하원의원을 위해 130만 달러를, 메릴랜드 현역 의원 에이프릴 맥클레인 델라니(April McClain Delaney)를 위해 51만6000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지원 대상 후보는 모두 승리하거나 우세를 기록했다.
또한 앨라배마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배리 무어(Barry Moore)를 위해 1,2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규제 친화적 입장’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초당적 전략’이 특징이다.
여기에 코인베이스와 안드리센호로위츠 등 대형 투자사 자금이 뒷받침되면서, 5월 기준 약 1억2600만 달러의 현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본선 지출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예측 시장 칼시(Kalshi)는 현재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유지 확률을 79%로 보고 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크립토 업계는 이미 상당수 의원들과 ‘선거 단계부터’ 관계를 구축한 상태가 된다.
이번 메릴랜드 승리는 단순한 지역 선거 결과가 아니라, 크립토 업계가 정책 환경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앞으로 시장 구조 관련 법안이 본격적으로 의회에 올라올 경우, 이들 자금의 영향력이 실제 표결에서 어떻게 드러날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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