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저금리 대환대출을 내세워 피해자를 속인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자금 수거·인출망을 대거 적발하면서, 최근 금융사기 조직이 현금화와 자금세탁 과정을 얼마나 촘촘하게 분업화하고 있는지가 다시 드러났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2026년 6월 30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법 위반 혐의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소속 28명을 형사 입건하고, 이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1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인원은 내국인 14명, 중국인 14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기존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먼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속여 돈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48명, 피해 금액은 8억8천여만원이다.
범행 수법은 전형적인 대환대출 사기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은 형태였다. 조직은 해외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유인한 뒤, 사전에 확보한 체크카드 계좌로 대출 상환금 명목의 돈을 보내게 했다. 이후 국내 수거·인출책은 피해금이 입금되면 대형마트 상품권 키오스크에서 카드 한도만큼 상품권을 구매했고, 이를 상품권 거래소에서 3%가량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꿨다. 이렇게 현금화한 돈은 여러 전달책을 거쳐 이동한 뒤, 마지막에는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조직에 송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상품권, 가상자산을 차례로 거치는 전형적인 자금세탁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조직 운영 방식도 철저히 은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상선은 참여자들이 서로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역할을 세분화했고, 텔레그램으로 직접 지시한 뒤 대화 내용은 곧바로 삭제하도록 했다. 해외 거점이 어느 국가에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체크카드를 넘긴 21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이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정상적인 대출이 어렵던 상황에서, 거래 실적을 만들어주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조직의 제안을 믿고 체크카드를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이 급한 취약 차주를 먼저 끌어들여 범행 수단까지 확보한 구조다.
이번 수사에서는 금융회사의 이상거래 탐지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경찰은 피해자 신고를 바탕으로 수사하던 중 지난 3월 KB국민은행으로부터 체크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는 사례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은행 협조 덕분에 복잡한 영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용의자를 특정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전체 피해자 48명 가운데 36명도 이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이 단순 전화사기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범죄로 진화하는 만큼, 은행의 실시간 이상거래 감시와 수사기관의 공조는 앞으로 피해 확산을 막는 핵심 수단으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