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인플렉션, 美 국방 진출 가속…144억 원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인플렉션(Infleqtion)이 미 국방 산업 진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최근 100만 달러(약 144억 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사이언스 애플리케이션즈 인터내셔널(SAIC), 모건스탠리의 카운터포인트 글로벌 펀드, 인큐텔(In-Q-Tel), 글린 캐피털, 브레이크스루 빅토리아 등 전략적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향후 인플렉션은 이 자금을 이용해 자사의 중성 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기술 상용화와 국방 적용 확대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양자컴퓨팅 시장은 IBM,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렉션은 극저온 냉각 장비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 대신, 진공 상태의 루비듐 원자를 레이저로 제어해 큐비트를 구현하는 독자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은 상온에서도 구동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높은 확장성을 지닌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플렉션은 이미 영국의 국립 양자컴퓨팅센터에 '스퀘일(Sqale)'이라는 양자 컴퓨터를 납품했고, 일본 과학기술청의 ‘퀀텀 문샷 프로그램’에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자사는 양자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전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개발 중이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바로 국방 산업이다. 인플렉션은 자사의 레이저 기반 기술을 활용해 GPS 시스템보다 100배 정밀한 전자 타이밍 장치를 개발 중이다. 이는 전자전 상황에서도 위치와 시간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어 군용 항법, 통신 체계, 위성 운영 등에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이 기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에서 이미 채택된 바 있다.

이번 투자 유치와 관련해 인플렉션 최고경영자 매트 킨셀라(Matt Kinsella)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약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의 매출을 이미 달성했으며, 앞으로 그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며 "국방 고객 주문 규모는 2억 달러(약 2,880억 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간 제어 기술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곧바로 양자컴퓨터 개발로 환원되고 있다”며 기술 간 시너지를 강조했다.

SAIC 측 역시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하우저 부사장은 "기존 군 차량이나 통신 인프라에 다수 탑재된 안테나 간 신호 간섭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인플렉션의 새로운 폼팩터가 적용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규모 유치는 단순한 스타트업의 성장 신호를 넘어 양자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국방·우주 등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핵심 자산이 됐음을 보여준다. 양자컴퓨팅이 가져다줄 다음 기술의 시대는 이제 더 이상 이론적 가능성에만 머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