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시가총액 3조 5,000억 달러(약 5,040조 원)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등극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천문학적 가치를 단 3만6,000명의 인력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한 명당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9,000만 달러(약 1,296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단연코 압도적이다. 브로드컴(AVGO)은 직원 1인당 3,600만 달러(약 518억 원), 애플(AAPL)은 1,800만 달러(약 259억 원),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1,500만 달러(약 216억 원) 수준에 머문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전략가 짐 리드는 이를 두고 “현재의 초대형 테크 기업들이 이전 세대 기업들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적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리드는 1950년대 이후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과 인원 규모를 분석했다. 당시 미국 최대 기업이었던 제너럴모터스는 전성기 시절 무려 60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으며, 그 후 코닥과 제너럴일렉트릭(GE)도 각각 10만 명 이상 규모의 조직을 운영했다. 현재의 엔비디아는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슬림'한 구조지만, 기업 가치만큼은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유사한 사례로는 1990년대 후반의 시스코(Cisco)가 있다. 시스코 역시 고도로 기술 중심의 조직으로,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연구개발과 지식재산에 집중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바 있다. 엔비디아 또한 설계와 IP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원가 부담이 큰 제조는 외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AI)의 확산과 무관치 않다. AI 도입을 통한 효율 향상은 결국 '고용 밀도'가 낮은 초고효율 기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다만 짐 리드는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인간이 일할 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고용은 계속 존재하겠지만 그것이 어떤 기업이나 산업에서 발생하는지가 시대에 따라 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직원 1인당 시가총액 9,000만 달러라는 충격적인 수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AI 기술과 탈중앙화된 협업 구조가 기업 운영 방식에 어떤 지각 변동을 일으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향후 테크 산업의 인력 운용 방식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의 노동 구조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