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아이작(FICO)이 이제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거래 정보를 신용 점수 산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에서 BNPL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FICO는 기존 신용 평가 체계를 보완한 두 개의 새로운 크레딧 스코어 모델을 6월 2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새롭게 발표된 이 신용 평가는, 소비자가 BNPL 대출을 얼마나 성실히 상환했는지를 점수에 반영함으로써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특히 BNPL 대출을 첫 금융 경험으로 삼는 밀레니얼 및 Z세대에게 의미 있는 변화로, 기존 신용 이력이 없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신용 평가 대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BNPL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4회에 걸친 무이자 분할 납부 구조를 따르며, 구매 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자동으로 인출되는 방식이 많다. 판매자는 사용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로,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그동안 이와 관련된 상환 데이터가 주요 신용평가기관에 일관되게 보고되지 않아, 금융 기관이 소비자의 실제 상환 이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FICO는 이번 조치를 위해 대표적인 BNPL 제공업체인 어펌(AFRM)과 1년간 협업을 진행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왔다. 이들은 여러 건의 단기 대출을 일시에 사용하는 이용 패턴을 고려해 정제된 신용 평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통적인 신용카드나 대출 구조와는 차별화된다.
FICO의 B2B 스코어 부문 부사장 줄리 메이는 “BNPL 거래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재무 구조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며 “고객이 신용 세계에 처음 진입할 때 BNPL이 주요 수단으로 작용한 사례가 늘어난 만큼, 이를 정교하게 반영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금융 업계에서 BNPL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BNPL 플랫폼들이 신용 기관에 거래 기록을 공식적으로 제출하기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는 개인 신용 점수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신용 이력이 짧거나 부족한 이용자들에게는 신용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발표 이후 FICO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 상승했다. 하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약 6%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FICO는 이번 신용 모델 개편을 통해 향후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를 보다 정밀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