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 폭발에 마이크론 분기 매출 '사상 최대'…AI가 불 지폈다

| 김민준 기자

마이크론(MU)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3분기에 조정 주당순이익(EPS) $1.91(약 2,750원)을 발표하며 월가 전망치인 $1.60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 대비 37% 증가한 93억 달러(약 13조 3,920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인 89억 달러를 상회했다. 순이익은 18억 8,000만 달러(약 2조 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 3,200만 달러에서 약 다섯 배 늘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연간 실적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며 “AI가 견인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비해 기술 리더십 확보와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더욱 전략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분기 실적을 견인한 중심축은 DRAM 제품군, 특히 HBM의 비약적 성장이다. 마이크론의 HBM 제품은 엔비디아(NVDA)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연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분기 매출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HBM은 수많은 DRAM 모듈을 하나로 묶고 가깝게 집적시킨 형태로, 대용량 고속 처리가 요구되는 AI 워크로드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다.

마이크론이 이처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HBM 생산 차질도 작용했다. 아직 대규모 양산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의 HBM 제품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체 공급을 마이크론이 상당 부분 채우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조 티게이(Joe Tigay) 리셔널 이쿼티 아머 펀드 매니저는 “HBM은 지금의 AI 시장에서 금과 같은 존재이며, 마이크론은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평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군에서도 전반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이번 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강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다음 분기 EPS를 $2.35~2.65로 제시했으며, 시장 컨센서스인 $2.47을 웃도는 가이던스를 내놨다. 매출 전망은 104억~110억 달러(약 15조~15조 8,000억 원)로, 예상치인 99억 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4분기 조정 총이익률 가이던스를 42%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직전 분기의 39% 대비 3%p 상승한 수치다. 산업 분석기관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홀거 뮐러(Holger Mueller)는 “HBM 수요 증가 덕분에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영업이익이 세 배나 뛰었다”며 “이는 진정한 의미의 효율적 수익 창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런 고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실적 발표 직후 마이크론 주가는 3% 넘게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최근 두 달간 마이크론은 S&P500 내 상위 5개 상승 종목에 이름을 올렸으며, 4월 이후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며 시장의 AI 테마 확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51%에 달해,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인 3.4%를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