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트코인(BTC) 전략 비축 논의가 2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시장이 기대할 만한 신규 매입 신호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의회 입법 흐름을 종합한 결과, 현재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ARMA는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위한 ‘매입 법안’이 아니라 정부 보유분의 ‘보관 법안’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미국의 국가 준비자산으로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기대와 현실의 괴리는 2025년 3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시장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직접 사들이는 전략 비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서명된 조치는 범죄 수사와 민사 몰수로 확보한 기존 보유 비트코인을 전략 준비금으로 지정하고 매각하지 않겠다는 데 그쳤다. 신규 매입 명령은 빠졌고, 이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은 9만2000달러 수준에서 8만5000달러 아래로 5.7% 급락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19만 개로, 총 발행량 2100만 개의 약 0.9% 수준이었다. 이는 모두 압수 및 몰수 절차를 통해 확보한 물량으로, 행정명령은 이 자산을 팔지 않겠다는 ‘보유 약속’에 불과했다. 타이거리서치는 현재까지도 행정명령 외에 법률로 확정된 추가 매입 근거는 없다고 짚었다.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 구상은 2021년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연방 준비자산 편입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다만 2022~2023년 크립토 윈터와 FTX 붕괴를 거치며 논의는 탄력을 잃었다. 흐름이 바뀐 것은 2024년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가격 급등이 맞물리자 루미스 의원은 같은 해 7월 5년간 100만 비트코인을 의무 매입하고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첫 법안을 발의했다. 재원은 연방준비제도 잉여금에서 조달하는 구조였다. 100만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의 4.76%에 해당하는 규모로, 당시 기준 민간 기업 보유량을 웃도는 공격적 구상이었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후 2025년 3월 루미스 의원은 BITCOIN Act(S.954)를 재발의했다. 연간 20만 비트코인씩 5년간 총 100만 비트코인을 매입해 장기 비축하는 기존 골격을 유지했고, 매각 예외 조항까지 삭제해 보유 의무를 강화했다. 공동 발의자도 늘며 정치적 외형은 확대됐지만, 실제 의회 문턱은 높았다. 재정 보수파는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BTC)을 세금과 공공 재원으로 의무 매입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편입할 경우 달러 패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여기에 2025년 8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추가 비트코인 매입에 선을 그으면서 법안 동력은 더 약해졌다.
이 같은 정치 현실 속에서 2026년 5월 등장한 것이 ARMA, 즉 미국 준비금 현대화법이다. 하원의원 닉 베기치가 발의하고 민주당의 재러드 골든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이 법안은 명칭부터 기존 비트코인 전략 비축 법안과 거리를 뒀다. 핵심 내용은 연방 정부가 보유하거나 몰수한 비트코인을 재무부 산하 단일 준비금으로 통합하고, 이를 최소 20년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허용되는 예외는 국가 부채 상환 목적뿐이다.
ARMA의 가장 큰 차이는 ‘매입 조항’의 삭제다. 기존 BITCOIN Act가 연간 20만 비트코인 매입을 의무화한 데 비해, ARMA는 의무 매입을 전면 배제했다. 대신 재무부와 상무부가 예산 중립적 방식의 추가 매입 가능성을 180일 이내에 검토하고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실제 매수 집행이 아닌 연구와 검토 수준이어서 시장이 기대하는 직접 매입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 ARMA는 비트코인 전략 비축의 법적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타협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의회에는 루미스 의원의 BITCOIN Act와 베기치 의원의 ARMA가 병행 계류 중이지만, 현실적인 통과 가능성은 ARMA 쪽이 더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화당 단독 색채가 강하고 대규모 재정 논란을 동반한 BITCOIN Act와 달리, ARMA는 초당적 공동 발의 구조를 갖췄고 신규 매입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반대 논리를 자극할 요소를 줄이는 대신, 법안의 충격과 시장 파급력 역시 함께 낮춘 셈이다.
그렇다고 ARMA 통과를 즉각적인 ‘호재’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정부가 보유한 약 32만 개의 비트코인은 최소 20년간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게 된다. 이는 잠재적 매도 압력을 제도적으로 묶어두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는 매입 수요는 발생하지 않는다. 시장이 기대해온 것은 미국 정부의 직접 매수였지만, ARMA는 2025년 3월 행정명령을 보다 강한 법률 형태로 고정하는 데 가깝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이런 이유로 ARMA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크게 끌어올릴 재료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 의미는 가볍지 않다. 법안을 발의한 닉 베기치 의원은 이미 2013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2025년 3월 BITCOIN Act 하원 공동 발의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는 그가 비트코인 자체와 전략자산 비축 개념 모두에 우호적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 일각에서는 베기치 의원이 정치적 역풍이 큰 의무 매입 법안을 한 번에 통과시키기보다, 우선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틀부터 세운 뒤 후속 매입 논의를 이어가려는 단계적 접근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비트코인 전략 비축 논의의 핵심은 ‘지금 당장 정부가 살 것인가’가 아니라 ‘비트코인이 미국 국가 자산 체계 안으로 편입될 것인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ARMA가 통과될 경우 비트코인(BTC)은 단순한 압수 자산을 넘어 제도권 준비자산의 성격을 일부 확보하게 된다. 이는 향후 의무 매입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둘러싼 미국의 움직임은 단기 가격 자극보다는 제도적 정당성 축적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타이거리서치의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