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돈 된다…벤처캐피털, '잠'으로 향한 투자 러시

| 김민준 기자

잘 자는 것만큼 좋은 투자도 없다고 판단한 벤처캐피털이 수면 기술 스타트업에 꾸준히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이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건강이 나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수면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면 위기 속에서 더 나은 밤을 위한 기술적 해법을 제공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Crunchbase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수면과 관련된 미션을 가진 스타트업 20여 곳이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 수면무호흡증 치료제, 진단 플랫폼 등으로 향했다. 특히 건강·웰니스 영역에 포지셔닝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핀란드의 오우라(Oura)는 수면 모니터링을 핵심 기능으로 내세워 지금까지 3억 4,8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유치했다. 이 회사의 반지 형태 웨어러블은 수면 단계, 혈중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해 수면의 질을 점수로 환산해 제공한다.

인도의 더슬립컴퍼니(The Sleep Company)는 정형외과적 지지 기능과 통풍 기술이 적용된 매트리스로 주목받으며 지금까지 4,300만 달러(약 620억 원)를 모았다. 미국 보스턴의 엠브랩스(Embr Labs)는 온열조절 웨어러블을 내세워 수면 중 체온 변화를 완화하는 기술로 1,600만 달러(약 230억 원) 이상의 투자를 확보했다.

한편, 수면무호흡증은 현재 약 10억 명의 전 세계 인구가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질환이다. 치료 시장만 해도 2026년까지 약 7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분야 대표 기업인 모산나 테라퓨틱스(Mosanna Therapeutics)는 최근 EQT 라이프 사이언스와 피보탈 바이오벤처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1,15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용 비강 스프레이를 개발 중이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XII 메디컬은 신경조절 기반 치료 기술로 4,5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유치했으며, 같은 지역에 있는 인빅타메디컬은 뇌 자극 시스템 개발로 최소 2,950만 달러(약 420억 원)를 확보했다.

물론 수면 스타트업이 항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큰 주목을 받았던 퍼플(Purple)과 캐스퍼(Casper) 같은 매트리스 스타트업은 상장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며 시장에서 고전한 사례다. 스마트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매트리스 커버를 제작하는 에이트슬립(Eight Sleep)도 2021년 이후 새로운 투자 유치 소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털은 여전히 수면을 놓치지 않는 거대한 기회로 여기고 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 수요는 사라질 리 없고, 그 수요를 해결하려는 기술 기반 솔루션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 사회에서 더 나은 밤을 위한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