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26년 1분기에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매출 52조5천763억원, 영업이익 37조6천10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SK하이닉스가 23일 공시한 연결 기준 실적을 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1% 늘었고 영업이익은 405.5% 급증했다. 통상 1분기는 반도체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이번에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수요 둔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고용량 서버용 디램 모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영업이익률은 72%로 지난해 4분기 58%보다 더 높아졌고, 순이익은 40조3천459억원, 순이익률은 77%에 달했다.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수익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실적은 단순히 판매량이 늘어난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가 회사에 유리하게 바뀐 결과로도 해석된다. 현재 인공지능용 메모리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기술이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실시간 추론과 서비스 실행이 중요한 에이전틱 인공지능 단계로 넘어가면서, 메모리 수요가 디램과 낸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메모리를 더 효율적으로 쓰게 하는 기술 확산도 인공지능 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낮춰 전체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회사는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디램과 낸드 가격 여건이 당분간 우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무 체력도 한층 강해졌다.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전분기 말보다 19조4천억원 늘어난 54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차입금은 2조9천억원 줄어 19조3천억원이 됐고, 이를 반영한 순현금 규모는 35조원에 이르렀다. 벌어들인 이익이 현금으로 쌓이면서 향후 투자 여력이 커진 셈이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이 좋을 때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다음 호황기에 대비하는 선제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재무 개선은 단기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장 환경에 맞춰 제품군 확대와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고대역폭 메모리에서는 성능과 수율, 품질, 공급 안정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디램에서는 세계 최초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엘피디디알6와 이 공정을 기반으로 이달 양산을 시작한 192기가바이트 소캠2 공급을 본격화한다. 낸드 분야에서는 321단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PQC21’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전 영역으로 대응 범위를 넓힌다. 자회사 솔리다임과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PC용 저장장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투자 규모는 청주 M15X 생산 확대,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준비,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등을 중심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용 메모리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향후 실적의 관건은 공격적인 투자를 안정적인 공급능력과 수익성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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