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특유의 업황 순환과 기술 변화, 경쟁 심화가 겹치면서 낙관론만으로는 현재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경계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선임 마켓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의 칼럼을 통해, 최근 인공지능 칩 열풍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을 사례로 이런 위험 요인을 짚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대용량 데이터를 매우 빠르게 처리하는 첨단 메모리) 분야의 핵심 업체로 분류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대규모 손실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으로 미국 증시에서 손꼽히는 수익성을 보이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순환형 업종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수요가 급증할 때는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함께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지만, 시간이 지나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과 수익성이 함께 꺾이는 구조다. 이런 업종에서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낮다고 해서 곧바로 저평가로 해석하기 어렵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2주 전 기준 S&P 500 편입 종목 가운데 세 번째로 선행 PER가 낮았고, 지금도 10배를 밑도는 수준이지만, 직전 사이클이던 2022년 초에도 선행 PER 9배 수준에서 주가가 고점을 찍은 뒤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업황 호조기에는 이익 추정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PER가 인위적으로 낮아 보이는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인공지능 시장 자체의 수요 구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도 불확실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앞으로는 더 적은 메모리 칩으로도 더 높은 인공지능 성능을 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구글 연구진이 인공지능의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이는 ‘터보퀀트’ 기술을 공개했을 때 메모리 반도체 종목이 한때 급락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사례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축소되거나 기업들의 인공지능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 각국의 규제 강화 같은 정책 변수도 수요 전망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용 메모리와 연산 칩 시장이 유망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규 경쟁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산 칩 분야만 해도 한동안 엔비디아 중심 구도가 이어졌지만, 지금은 구글과 세레브라스 같은 후발 주자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매킨토시는 당장은 인공지능 수요가 워낙 강해 추가 공급이 수익성에 큰 충격을 주지 않더라도, 호황이 길어질수록 생산능력 확대와 경쟁 심화가 동시에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주가를 볼 때 단순 성장 기대보다 업황 주기와 기술 변화, 수요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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